[여론조사]現정부 부동산정책 ‘성적표’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현 정부가 내놓았던 각종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문가 150명의 평가결과는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강화는 효과가 있지만 소형주택 의무건설비율 강화 등과 같은 재건축 규제는 문제만 키울 뿐”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투기적 수요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반대(37.3%)보다 찬성(56.0%)이 많았으며 ‘분양권 전매 금지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64.0%)’는 의견이 우세했다.》

○ 보유세는 강화, 거래세는 완화

전문가들은 투기적인 기대심리를 막거나 이익을 환수하는 세제 대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효과가 크고 앞으로도 강화돼야 할 정책이라고 응답했다.

부동산 세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올해 5·4대책이 현 정부가 취했던 다섯 번의 조치 가운데 가장 높은 평균 1.1점을 받았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5·4대책의 세부 조치 가운데 거래세 완화(1.6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 이는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확대(1.1점), 보유세 강화(1.0점) 등의 세제 강화조치가 취득 등록세 등 거래세 완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들 조치는 경제학, 부동산학, 도시계획학 등 3개 전문가그룹 모두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종합세트’로 불리는 2003년에 발표된 10·29대책 가운데서도 ‘보유세 과세표준 현실화 등과 같은 부동산세금 강화(1.0점)’나 ‘양도세제 전면 개편 검토(0.6점)’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魯英勳) 선임연구원은 “보유세 강화로 부동산 보유 부담을 높이고 취득세와 등록세 같은 거래세 부담은 낮춤으로써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킨다는 상식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 공급 줄이는 규제는 NO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내는 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폐지해야 할 대책으로 꼽았다.

대표적인 게 2003년 9·5대책에 포함된 재건축 시 전용면적 25.7평 이하 소형 주택을 전체 주택의 60% 이상 짓도록 한 조치. 평균 점수가 ―1.6점으로 가장 낮았을 뿐만 아니라 폐지돼야 할 정책 순위에서도 1위로 꼽혔다.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줄여 수급 불안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서울 강남지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등지의 집값 급등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춤했던 집값이 지난해 말부터 다시 꿈틀대자 정부가 이를 잡겠다며 올해 2월 발표한 ‘2·17대책’에 포함된 조치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판교신도시 아파트 11월 일괄분양(―1.2점), 판교택지 채권·분양가 병행 입찰(―0.8점), 택지입찰 자격 제한(―0.6점), 초고층 재건축 금지 등을 담은 재건축 규제 강화(―0.6점) 등은 발표 당시에도 전문가들로부터 대부분 시장의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공급을 위축시키는 조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종대 변창흠(卞彰欽) 행정학과 교수는 “수요 억제만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다시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개발이익을 확실히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 중대형 아파트 공급 확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분양원가 공개는 전공별로 엇갈려

최근 여론의 압력이 커지고 있는 금리 인상 방안에 대해서는 ‘현행 수준 유지’(53.3%)가 ‘인상해야 한다’(40.0%)보다 약간 많았다.

특히 경제학 전공 교수와 연구원들은 55명 가운데 33명(60%)이 ‘현행 수준 유지’를 지지했다.

분양가 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찬성이 많았지만 전공에 따라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부동산학 교수들은 61.3% 대 22.6%, 도시계획학 교수 및 연구원은 64.1% 대 31.3%로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경제학 교수 및 연구원은 43.6% 대 52.7%로 반대가 더 많았다.

아파트 재건축을 포함한 각종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더 강화(52.0%)’가 우세했고 개발이익 환수 방법에 대해서는 ‘세제 강화’(48.7%)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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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판교 개발방식 의견 엇갈려…공영 46% VS 민영 42%▼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는 공영개발이 나은가, 현재처럼 민영개발로 해야 하나.’

판교 개발방식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히 엇갈렸다. 하지만 공영개발을 한다 해도 임대주택만 공급하는 방식에는 전문가 10명 가운데 7명이 반대했다.

판교신도시 개발방식에 대해서는 공영개발을 찬성(46.7%)하는 전문가가 ‘현행대로 민영개발이 낫다(42.7%)’는 전문가보다 약간 많았다. 나머지 10.6%는 ‘모르겠다’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공 분야별로 개발방식에 대한 찬반이 크게 엇갈렸다.

부동산학 전문가들은 응답자 31명 가운데 18명이 공영개발 방식을 주장했다. 반면 경제학 전문가들은 민영개발 찬성이 절반을 넘어(50.9%) 대조를 이뤘다.

지역별로도 비수도권에 사는 전문가들이 공영개발을 더 많이 선호해 찬성 응답 비율이 60%로 민영개발(34%)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수도권 전문가들은 민영개발에 대한 찬성이 47.0%로 공영개발보다 7%포인트 많았다.

그러나 정부가 판교신도시를 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하면서 임대주택만 공급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반대가 69.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전공분야에 관계없이 고르게 반대표가 많이 나왔다.

특히 도시계획학 전문가들은 76.6%가 임대주택만 공급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전문가들(76.0%)이 비수도권 전문가들(56.0%)보다 반대 비율이 높았다.

판교신도시에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78.0%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줄이는 게 좋다’는 의견은 16.7%에 불과했다.

서울시립대 정창무(鄭昌武) 도시공학과 교수는 “강남지역과 성남시 분당신도시, 용인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 급등을 막고 당초 계획대로 판교신도시를 서울 강남지역의 대체지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현 정부가 경제 분야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 온 주택정책이 당초 의도와 다른 결과를 가져 온 원인을 분석해 보기 위해 실시됐다.

대상이 된 정책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5번의 부동산대책 가운데 상대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정부의 후속조치가 잇따랐던 것으로 선정했다.

평가는 전국 대학교의 부동산학과 교수 31명, 도시계획 관련학과 교수 및 연구원 64명, 경제학과 교수 및 연구원 55명 등 전문가 150명이 조치별로 +5∼―5점의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플러스) 점수가 클수록 시장 안정효과가 크고, ―(마이너스) 점수가 클수록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동아닷컴(www.donga.com) 여론조사 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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