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동대문구장의 ‘고교야구 박사’ 최기주씨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순수 아마추어 팬으로서 45년째 동대문야구장을 지킨 ‘야구박사’ 최기주 씨. 허영윤 대학생 인턴기자
순수 아마추어 팬으로서 45년째 동대문야구장을 지킨 ‘야구박사’ 최기주 씨. 허영윤 대학생 인턴기자
그냥 야구가 좋았다. 열아홉 살 때 홀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피붙이라곤 없어졌다. 배운 거 없다고, 가진 거 없다고 외면하는 이 세상. 연탄배달서부터 잡역부, 야구장 청소까지 안 해본 게 없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외로움.

이런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야구였다.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일이 끝나면 앞뒤 재보지 않고 야구장으로 달려갔다. 서울은 물론 지방 원정도 불사했다. 야구시즌이 끝나면 고교 팀의 훈련장과 합숙소까지 기웃거렸다. 이러기를 어느덧 45년째.

동대문야구장의 기인 1호로 통하는 ‘야구박사 할아버지’ 최기주(64) 씨. 한국야구 100년사의 절반에 가까운 세월 동안 야구장을 지킨 그는 황금사자기 4강전이 열린 5일에도 그의 지정석인 본부석 상단에 어김없이 나타나 기록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가 복잡하기 짝이 없는 야구 기록을 직접 하는 것은 이를 선수와 학부모에게 나눠주며 “늘 끊임없이 공부하라”고 재촉하기 위해서라고.

요즘은 교회와 식당일을 번갈아 봐주며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최 씨는 백내장을 앓는 등 건강이 좋지 않지만 “숨이 붙어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야구장을 지킬 것”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허영윤(영남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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