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기계’가 되기 싫어 태극마크까지 내던졌던 장희진(19)이 9월 미국 명문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 입학한다. 4년 전액 장학금과 무료 의료 혜택은 물론 학업에 필요한 개인 카운슬러 배정 등 파격적인 조건이다.
장희진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시험공부를 해야 된다며 태릉선수촌 입촌을 미루다 여자 자유형 50m 한국기록 보유자임에도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바로 그 ‘똑순이’ 여중생.
당시 주위의 반향을 크게 불러일으켰던 그는 2001년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동안 뭘 하고 지냈을까.
지난달 남몰래 귀국한 장희진은 “명문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에서 밤샘 공부를 하면서도 수영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학사일정상 연간 수영에 배당된 기간은 4개월뿐이었지만 오전 5시에 일어나 따로 클럽을 다니며 이를 보충했다. 그 결과 3년간 미국 동부지역고교연합 최우수선수(MVP)와 유력지 ‘보스턴 글로브’가 선정하는 ‘올해의 수영선수’에 선정됐다.
4년의 유학기간 중 딱 한번 MVP를 놓친 것은 2003년 등굣길에 원반에 맞아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
아이비리그의 유명 대학 등에서 ‘러브 콜’을 받았으나 마이크 워커 여자 수영팀 감독이 한국에까지 찾아오는 열성을 보인 텍사스대로 진학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텍사스대는 세계기록 보유자만 3명이 있을 정도로 수영에 강세를 보이는 대학. 또 장희진이 선택한 경영학은 미국대학 랭킹 5위 안에 든다.
장희진은 귀국한 뒤에도 아침마다 수영장을 찾아 훈련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수영이 그렇게 좋을까. “어릴 땐 몰랐는데 체계적으로 배우다보니 갈수록 좋다는 걸 느껴요.” 천진난만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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