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호일]딥 임팩트, 자긍심을 쏘아 올렸다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19분


7월 4일 오후 깜짝 놀랄 만한 ‘시원한’ 뉴스를 접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가 약 7개월 동안 장장 4억 km 이상을 날아가 구리로 된 충돌체(임팩터)를 ‘템펠1’ 혜성을 향해 발사했고 정확히 명중시켰다는 것이다. 고속으로 발사된 하나의 총탄이 두 번째 총탄을 발사해 세 번째 총탄을 맞히는 정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이 사건을 만들기 위해 미국은 3300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혜성과 지구의 충돌 위기를 그린 공상과학영화 ‘딥 임팩트’의 제목과 동일한 이름의 실험이 성공함으로써 영화가 현실이 돼 버린 셈이다. 물론 모기가 대형 여객기에 부딪히는 충격 정도여서 혜성의 궤도가 변하는 일 같은 것은 없다고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사건은 어떤 의미와 목적을 갖고 있는 걸까. 단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 주는 황홀한 우주 불꽃놀이만은 아닐 텐데 말이다.

우선 표면적인 목적은 혜성의 겉모습과 내부 구조를 알아내기 위함이다. 혜성은 그 크기가 작을 뿐 태양계가 생성되던 시기에 태양, 행성들과 거의 동시에 만들어진 천체다. 생성 이후 태양은 활발한 핵융합 반응 등으로 인해, 그리고 지구와 같은 행성들은 복잡한 기상현상과 풍화작용 등으로 인해 각각 많은 변질을 겪은 반면 혜성은 아직도 생성 초기의 조건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혜성의 모습을 잘 관측해서 이것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면 태양계의 생성 비밀을 밝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사건은 많은 과학자가 믿고 있는, ‘생명체의 발현은 혜성에서 지구로 건네진 유기물질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즉 태양계뿐 아니라 생명체의 생성 비밀을 찾고자 하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또 하나의 의미는 지구의 안위(安危)에 관한 것이다.

지구 주위에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소행성이 산재해 있으며 그중에는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많다고 한다. 6500만 년 전 공룡이 갑자기 멸망한 원인과 관련해 ‘지름 10km 정도의 작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고 이때 발생한 먼지구름이 햇볕을 가리는 바람에 긴 겨울이 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학계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경우 그 결과는 인류의 멸망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한 방법이 많이 제안되고 있는데 이번 딥 임팩트 프로젝트는 그러한 방법의 기술적 가능성을 실험해 본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것들만 놓고 봐도 3300억 원이라는 돈은 아깝지 않은 듯하지만 하나 더 언급할 것이 있다. NASA가 1997년 화성에 패스파인더를 착륙시키고 올해 딥 임팩트라는 엄청난 사건을 벌인 날이 모두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전후해서였다. 미국 국민이 이러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느꼈을 자긍심과 애국심은 값으로 셈할 수 없지 않을까.

우리도 언젠가는 개천절이나 광복절을 맞아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해 주는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은 비록 작은 망원경을 통해 다른 나라가 벌인 우주쇼를 구경하는 수준에 있는 것이 우리 천문학의 현주소다. 하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젊고 유능한 대한민국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향해 활짝 열린 거대한 망원경을 통해, 세계인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위대한 발견을 이뤄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한껏 고취시키는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호일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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