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문홍]윤광웅 국방장관께

  • 입력 2005년 7월 11일 03시 04분


오늘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지 11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 사이 장관은 전방 감시소초 총기난사 사건의 악몽을 떨쳐버린 듯 활발한 활동을 재개했더군요. 지난주 장관이 참석한 두 가지 행사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6일 전군 지휘관회의와 7일 어느 세미나에서 장관은 한결같이 국방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기조연설을 했지요.

노무현 대통령이 여론의 역풍에도 불구하고 ‘국방개혁의 적임자’라며 장관의 유임을 관철했으니, 장관이 국방개혁에 매달릴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장관은 국방개혁의 주역으로 남게 됐습니다.

국방개혁은 국가 전체로든 장관 개인으로든 역사에 남을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기회에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국방개혁의 명분을 설파하기보다 그동안 장관이 추진해 온 국방개혁의 문제점을 짚어 볼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관은 국방개혁에 대해 “군(軍) 구조 개편 및 지상군 위주의 상비병력 조정 등을 통해 ‘작지만 강한 군대’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원론적으로는 옳은 방향이고, 또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돼 온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점이 적지 않습니다.

먼저 국방개혁을 군 안팎의 중지(衆智)를 모아 무리 없이 추진하고 있느냐는 점이 의문입니다. 일정을 미리 정해 놓고 강행하는 듯한 국방부 문민화(文民化), 지휘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뛰어넘어 밀고 가는 군 사법개혁 등을 볼 때, 그 반대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말 정부 여당은 한나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방위사업청 신설 안을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포함시켜 국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당사자인 군과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의 의견을 외면하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일이 과연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국방개혁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예컨대 단위부대 관할에서 벗어나 국방부 산하로 통합되는 군 검찰기구에 ‘정권 코드’에 맞는 인물이 들어갈 경우, 거대한 군 조직이 한순간에 정권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 할 견제 및 감시 장치도 없이 연간 10조 원대를 주무르게 될 차관급 방위사업청장 자리에 누가 앉을지도 관심사입니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일까지도 이처럼 의구심을 낳는 것은 현 정부의 독선적인 행태가 부른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어떤 개혁이건 실질적인 국익(國益) 효과가 부작용이나 후유증보다 클 때 의미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방개혁 역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군 안팎의 의견을 충분히 소화하고 상대방과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설득력을 높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장관이 일거에 모든 것을 바꿔 내겠다는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지요.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던 전방부대의 최모 하사를 석방하라는 시위 말입니다. 장관은 무사한데 말단 부소초장만 구속시킨 것에 대한 반발 아니겠습니까. 장관이 시위를 보면서 ‘국방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군심(軍心)과 민심(民心)을 헤아리는 것이 더 급하다’는 점을 알게 되기 바랍니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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