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과잉인구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 1798년. 당시 지구상의 인구는 8억 명 정도. 기원(紀元) 원년 세계 인구(2억1000만 명·유엔 추정)의 약 4배였다.
그 인구가 다시 4배(약 32억 명)를 넘어서는 데는 20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970년 세계 인구는 36억 명.
1987년 7월 11일 마침내 50억 명을 돌파하자 유엔은 이날을 ‘세계 인구의 날’로 선포했다. 지구촌의 생존을 위협하는 ‘인구폭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
그로부터 13년 뒤인 2000년 세계 인구는 60억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같은 기하급수적 인구 증가 속에는 맬서스가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적 숫자’들이 숨어 있었다.
▽7초당 1명▽
굶어죽는 어린이 수다. 2001년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지구촌 기아 인구 8억2600만 명 중 5세 이하 어린이가 2억 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영양 부족 상태의 산모가 건강한 아이를 낳기 어렵고 그런 아이를 치료할 약품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루 1달러(약 1000원)도 안 되는 생활비로 사는 최빈곤층은 60억 인구 중 약 12억 명이다.
▽6000만 명▽
잠수함 한 척 가격으로 1년간 깨끗한 식수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다. 초음속 전투기 한 대 가격을 개발도상국 교육비로 사용하면 300만 명의 어린이가 평생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유명한 반전운동가 애니타 로딕과 통계전문가 데이비드 보일이 최근 펴낸 ‘숫자로 본 놀라운 세상’이란 책에서 고발한 내용들이다.
▽4·2·1▽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인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함축한 숫자. 지금 태어나는 아이(1)는 미래에 부모(2)와 양측 조부모(4명)를 모두 경제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 이런 출산율 저하 문제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최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지하에서 편히 쉬고 있는 맬서스를 깨워 지구촌의 이런 복잡한 인구 현상을 분석해 ‘신(新)인구론’을 써 보라고 하면 어떨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누우려 하지 않을까.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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