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은 버리고, 한국은 고집하는 平準化

  • 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일본 정부가 평준화교육을 포기하고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1964년 폐지됐던 전국학력테스트를 40여년 만에 부활하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전국의 초중학교 1개 학년 전체에 대해 같은 시험을 보게 하는 이 테스트는 학교 간 경쟁을 촉진하게 된다. 한동안 시도했던 ‘여유 있는 교육’을 버리고 ‘경쟁 교육’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겠다는 강한 의지가 이 테스트 부활에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밖에도 평준화의 폐해를 씻어내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도쿄(東京) 도는 일본 최고의 명문고였던 히비야(日比谷)고의 학생 선발을 추첨제에서 입시제로 전환했다. 국립대학의 법인화도 완료됐다. 기업들도 힘을 모으고 있다. 일본 굴지의 기업들이 영국의 이튼스쿨을 모델로 삼아 최고 수준의 사립학교 설립에 나섰다. 교육경쟁력 강화에 대한 일본 관민(官民)의 ‘뜨거운 갈구’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 비교평가(PISA)에서 일본 학생의 ‘독해력’과 ‘수학적 응용력’이 14위와 6위로 추락하자 일본 사회는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교육경쟁력 강화가 최선의 대책이라고 제시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평준화 포기’와 ‘경쟁을 통한 학력증진 프로그램’이다.

일본뿐이 아니다. 독일은 PISA에서 계속 하위권에 머무르자 2003년 ‘국가 어젠다 2010’을 발표해 정기적인 학력평가시스템 도입과 엘리트대학 육성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학력 강화는 영국 프랑스에서도 공통된 화두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세계가 용도폐기하고 있는 평준화를 붙들어 매는 데 매진하고 있다. 초중고교는 물론이고 대학에도 평준화제도를 심으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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