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플라자/현장에서]김선우/금융상품은 로또가 아니다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지난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연동예금에 가입했던 김모(32·여) 씨는 만기가 돼 예금을 찾으러 갔다가 수익률이 0%라는 말을 듣고 흥분했다. 이 예금에 2000여만 원을 투자했던 김 씨로서는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은행 측이 최하 수익률 3%라고 해서 가입했다”며 은행 창구 안쪽으로 들어가 책임자에게 항의했다.

반면 은행 측은 “계약 전에 수익률이 0%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며 맞섰다.

은행 직원들은 김 씨를 말리며 “나가라”고 했지만 항의는 영업시간을 지나서까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고 한 은행 직원은 김 씨의 뺨을 때렸다.

이 은행은 지난해 4차례에 걸쳐 닛케이평균주가 연동예금 10개를 판매했다. 10개 가운데 3개 예금의 수익률은 7월 6일 현재 0%, 나머지는 1.6∼5.9%로 나타났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보합세여서 수익률은 상승형과 하락형 등 상품 구조에 따라 갈렸다.

시중은행 리테일상품팀 관계자는 “항상 수익률이 좋게 나오는 상품은 없다”며 “지수 연동예금은 가입할 때 시장에 대한 전망을 잘 살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객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수익률에 대한 설명을 했느냐 하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요즘 대출이나 정기예금 외에도 펀드, 보험 등 판매하는 상품이 많아 우리도 헷갈릴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은행 지점의 평균 직원 수는 20여 명에서 10명 안팎으로 줄었다. 이들은 특정 상품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직원이 고객의 뺨을 때린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은행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고객이 잘 몰라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고, 은행 측이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여하튼 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이 녹음기까지 지참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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