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속의 오늘]1965년 佛-伊몽블랑 터널 개통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5분


유럽 알프스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해발 4807m). 1965년 7월 16일, 몽블랑을 관통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2차선 몽블랑터널이 개통됐다.

개통 당시 이 터널은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의 화젯거리였다.

우선, 터널 길이. 11.8km의 몽블랑터널은 당시로선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이었다. 1978년 오스트리아 서부의 알베르크 도로터널(길이 약 14km)이 생길 때까지 세계 최장(最長) 터널의 명예를 누렸다.

터널 개통까지의 오랜 과정도 화제가 됐다.

몽블랑 관통 터널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95년 전인 1870년. 알프스 지역의 교통 편의를 위해 터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환경 파괴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논의는 지연되었다. 찬반 논란은 지루하게 계속됐다. 그렇게 80여 년이 흘렀고 1958년 비로소 터널 공사가 시작돼 1965년 마무리된 것이다.

터널의 인기는 매우 높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이동 거리를 200km나 단축시킴으로써 유럽의 새 동맥으로 자리 잡았다.

몽블랑터널의 인기는 1999년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그해 3월 터널 안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이었다.

마가린과 밀가루를 실은 대형 냉장트럭이 갑자기 불길에 휩싸였다. 터널 내부는 순식간에 화염으로 가득 찼다. 화재 열기는 섭씨 1000도를 넘어섰다. 11.8km의 긴 터널에서 사람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화재 발생 이틀이 지나서야 불길이 잡혔다. 사망자는 39명. 그렇게 자랑하던 ‘세계 최장’의 명예가 생명을 앗아가 버린 치욕스러운 오명으로 바뀐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자 몽블랑터널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대형 트럭을 통과시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차량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터널을 질주하는 차량의 속도로 인해 알프스에 눈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알프스 인근의 물류는 철로로 대체해야 한다 등등.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사고 직후 3년 동안 터널의 통행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대피소 37곳과 연기 배출구 116개를 만들었다.

2002년 몽블랑터널은 조심스럽게 다시 열렸다. 1999년의 불명예를 어떻게 떨쳐버릴 수 있을지. 지금도 많은 자동차들이 터널 속을 질주하며 몽블랑을 통과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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