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이성원 원정팀 낭가파르바트 루팔벽 등정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6분


세계 산악인들 사이에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8125m) 루팔벽이 35년 만에 한국 원정대에 길을 내줬다.

산악인 이성원(44) 대장이 이끄는 ‘한국 낭가파르바트 루팔벽원정대’의 김창호(37), 이현조(33) 대원은 14일 오전 2시(한국 시간)에 캠프4(7600m)를 출발한 뒤 25시간 동안 매서운 바람과 싸우며 루팔벽을 기어 오른 끝에 15일 오전 3시경 정상에 도달했다고 알려왔다.

루팔벽은 표고차가 4500m에 이르는 세계 최장 길이의 거대 암벽. 수직에 가까운 경사로 눈이 잘 쌓이지 않는다. 낭가파르바트라는 이름은 현지어로 ‘벌거벗은 산’을 뜻한다.

최초로 에베레스트(8850m)를 무산소 등정한 독일의 세계적인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가 1970년 동생 귄터와 함께 등반에 성공한 것 말고는 35년간 성공한 팀이 없다. 그동안 12팀의 세계적인 등반대가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메스너도 당시 내려오는 길에 동생을 잃었다.

루팔벽은 에베레스트 남서벽, 로체(8516m) 남벽 등과 함께 등로주의의 대표적인 코스. 등로주의란 등정 결과보다 어떻게 올랐느냐가 중요하다고 보는 등반 정신.

이번 루팔벽 등정을 위해 원정대는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4월 12일 출국할 때만 해도 5월 말에서 6월 초가 등반 예정일이었지만 악천후가 발목을 잡았다.

원정대는 4월 20일 베이스캠프(3700m)를 세운 뒤 캠프1(5150m), 캠프2(6000m)를 천천히 구축해 나갔다. 원정대는 지난달 21일 캠프4를 구축해 26일 드디어 1차 시도에 나섰으나 낙석으로 김미권(33) 대원이 오른 다리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어 다시 후퇴해야 했다.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던 원정대는 14일 다시 시도에 나서 결국 정상에 도달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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