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에 프랑스 영국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 태국 등이 항모를 갖고 있지만, 규모와 성능 면에서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예컨대 태국이 보유한 경(輕)항모(1만1400t급)는 7만∼8만 t급이 대부분인 미국 기준으로는 대형 상륙함 정도에 속한다. 미소 냉전시절에도 항모 전력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F-18 등 첨단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미 항모에 비해 소련 항모는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헬기 등 수직이착륙기를 적재하는 수준이었다.
▷동북아시아에서 ‘항모 경쟁’이 불붙었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이 관심의 초점이다. 중국이 비밀리에 7만8000t급 항모를 건조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돌았다. 여차하면 경항모로 전용이 가능한 1만3000t급 상륙함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도 중장기적으로 2개 항모 함대를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얼마 전 진수식을 가진 우리나라의 1만4000t급 상륙함 ‘독도함’도 주변국에서는 경항모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과 일본이 항모 경쟁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어느 나라가 어떤 항모를 보유하느냐는 것은 동북아의 패권 향방에 중대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쟁도 미국에 비하면 ‘아이들 다툼’에 불과하다. 동북아에서 디젤엔진 항모 경쟁을 벌이는 동안 미국은 핵추진 항모시대를 지나 ‘적의 공격을 피해 잠수(潛水)까지 가능한 항모’를 연구하고 있다니 말이다. “미국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군비 경쟁에 돈을 쏟아 붓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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