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문은 아파트값 급등 관련 여론조사를 소개하면서 ‘중대형 공급확대 효과 없다, 63%’라는 제목을 달았다.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에게 물었는데 63%가 “서울 강남지역 등의 중대형 아파트 공급확대 방안이 아파트값 급등 문제 해결에 실효성이 없다”고 대답한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공급을 확대하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은 ‘중력의 법칙’만큼이나 자명한 경제학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실효성 없는 규제 위주의 수요억제 정책에 매달릴 게 아니라 공급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권고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론조사가 곧 진리라고 믿는지 요지부동이다.
포퓰리즘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최근 성인 1인당 주택 소유를 1채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택소유제한 특별조치법안’(가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사유재산권 침해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미 ‘국적법’과 ‘재외동포법’이라는 포퓰리즘으로 재미를 봐서인지 그런 위험성쯤은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이에 뒤질세라 정부는 최근 우리나라 인구의 상위 1%가 전체 사유지(私有地)의 51.5%를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토지가 가구주 명의로 돼 있음을 고려하면 토지소유자를 전체 인구가 아닌 전체 가구수로 나눠서 계산해야 옳다. 6월 말 기준 전체 가구수(1765만5000가구)를 적용하면 51.5%의 사유지 소유자는 상위 1%가 아닌 상위 2.8%로 정정돼야 한다.
토지 집중의 정도를 높게 보이려는 왜곡 통계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땅 부자에 대한 국민 반감을 극도로 조장해 ‘토지공개념’과 같은 초강력 부동산 규제를 내놓기 위한 터닦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도 홍 의원도 깨달아야 한다. 사람들의 인센티브에 기초한 수요공급의 법칙은 중력처럼 항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를 거스르는 반(反)시장적 정책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이는 듯해도 결국에는 엄청난 부작용만 남긴 채 실패하고 만다는 것을.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로버트 배로 교수는 100여 개국의 경험에 기초한 연구에서 “한 국가의 경제적 번영은 명료한 사유재산권 규정과 법치에 기반을 둔 시장경제 육성에 달렸다”고 결론지었다. 저명한 경제학자의 주장이라기엔 너무나 단순해 보이지만 움직이기 힘든 경제학의 교훈이다.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주택과 토지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아주 특별한 재화’라는 주장 아래 사유재산권 제도가 훼손될 위기에 있다.
김인규 한림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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