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노 하면 전문가들만의 특별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예전부터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더운 여름 에어컨이 없었던 시절에는 마당에 물을 뿌려 더위를 식혔다. 여러 물 분자가 액체 상태의 물방울 안에서 서로 붙어 있다가 기체상태의 물 분자로 하나하나 떨어지면서 주위로부터 열을 빼앗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요즘 흔하게 사용되는 에어컨은 물 분자 대신 프레온이라는 분자가 서로 붙어 있다가 떨어지게 한 것뿐이다.
우리 조상들이 오래 사용해온 숯도 나노물질이다. 숯에는 지름 수십∼수백nm의 구멍이 많이 있다. 1g의 숯에는 무려 배구장 면적의 표면이 포함돼 있어 냄새나 유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간장독에 둥둥 띄운 숯 덩어리에는 이미 나노과학기술의 지혜가 활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많이 등장하는 ‘은 나노’ 세탁기도 원리는 수십∼수백nm 크기의 은 금속 입자 표면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숯 대신 은을 사용한 것뿐이다.
휴대전화에 들어있는 반도체 소자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은 실리콘 원자 10개의 두께인 1nm다. 앞으로 5개 정도 두께까지 작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노과학기술의 발전은 현재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의 개발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을 상당히 없애고 있다. 앞으로는 바이오·의료 분야에도 활용돼 우리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줄 것이다.
문대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dwmoon@kris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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