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펼치는 3분 4초 동안 제발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9000여 관중은 감동을 참지 못하고 환호성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료 선수들에게서조차 ‘소름끼치는 표정 연기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의 ‘인어 공주’ 비르지니 드디외(26)가 22일 캐나다 몬트리올 장드라포 공원 특설 풀에서 열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싱크로) 솔로 결선에서 완벽 연기를 펼친 끝에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날 드디외는 예술점수에서 5명의 심판으로부터 모두 10점 만점을 받는 퍼펙트를 기록하며 총점 99.001을 기록했다.
그가 이날 들고 나온 음악은 ‘조용히 하라’는 ‘쉬, 쉬’로 시작하는,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아이슬란드 태생 여가수 비요크의 재즈 ‘너무 고요해(It's oh so quiet)’.
드디외는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하라는 동작을 하다가 음악이 격정적으로 빨라지면 외치듯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다른 선수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연기를 펼친 끝에 심판들의 가슴을 녹이는 데 성공했다. 그가 이런 남다른 표정 연기가 가능한 것은 세계 수준급 선수 중 유일하게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노즈클립(코집게)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
빨래집게를 집은 것 같은 노즈클립은 싱크로 선수들을 ‘괴물’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다들 집게로 집고 있는데 드디외만 코집게 없이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연기하니 점수가 높아질 수밖에.
그는 신생아만 갖고 있는 콧속의 물을 차단하는 격막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특이한 체질이어서 코집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몬트리올=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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