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가 22일 경북 영천시에서 농촌봉사활동을 하면서 “영천에 혁신도시를 유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한 영천 주민의 반응이었다.
이날 문 의장은 “뼈가 으스러지는 한이 있어도…”라는 표현을 써 가며 혁신도시를 유치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영천은 4·30 국회의원 재선거 때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해 격전을 벌였던 곳이다. 열린우리당은 ‘TK 교두보 확보’를 위해, 한나라당은 ‘텃밭 사수’를 위해 치열한 ‘영천대첩’을 벌였다.
선거가 끝난 뒤 여야 지도부는 영천을 찾아 “낙선했지만 공약은 지키겠다” “영천시민이 보여 준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3개월. 지난 주말 영천공설시장(완산시장)에서 만나 본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상인들은 “몇 달 전만 해도 영천 경제를 당장 살릴 것처럼 떠들더니 뭐가 바뀌었느냐”고 반문했다. 건어물 가게를 하는 정모(43) 씨는 “유세 때 공약이 하도 많이 나와 누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후보 측이 내세워 큰 이슈가 됐던 “10조 원을 투자해 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公約)은 이미 공약(空約)이 됐다.
이런 마당에 문 의장이 다시 ‘혁신도시 유치’를 내건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상인들만이 아니다.
경북도 관계자도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이전과 맞물려 있어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인데 여당의 책임자가 마음대로 단정해 버리는 것은 곤란하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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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천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정희수(鄭熙秀) 의원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선거 당시 미래형 전원도시 건설이나 한의학 관련 대학 유치, 군수산업특구 지정 등 솔깃한 공약을 냈지만 지금까지 성사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며칠 전에야 “군사시설 인근지역 지원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게 고작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일단 유권자의 마음만 끌어 당선되면 그 후는 그때 가서 생각하자”는 구태(舊態)가 여전하다. 그러나 길게 보면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권효 사회부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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