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을 하더라도 남북관계와 주변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증액해서는 기금의 효과적인 운용은 물론 국민 지지도 얻기 어렵다. 6자회담이 개막됐다고 해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회담이 잘돼서 실질적 성과가 도출되면 다행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 ‘중대 제안’의 성사 여부부터 불투명해진다.
증액은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포기 의사를 확인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자칫하면 북한에 ‘핵 포기를 안 해도 남한은 우리를 도울 것’이라는 그릇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국가예산의 1%’가 향후 대북지원의 최저선이 돼 북한의 기대심리만 높일 수도 있다. 한미공조 차원에서도 슬기롭지 못하다. ‘잘못된 행동에 보상은 없다’는 원칙을 견지해온 미국으로서는 이런 유화적 자세가 북핵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남북협력기금도 결국 국민의 혈세(血稅)로 충당된다. 올해 복지예산 8조6400억 원(6.4%)과 비교해 봐도 ‘예산 1%’는 결코 만만한 규모가 아니다. 정부는 이미 남북협력기금 조성을 위한 정부출연금(5000억 원)을 지난해의 1714억 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렸다. 이를 1년 만에 다시 2배 이상 올리는 데 대해 국민이 흔쾌히 동의할지 의문이다. 북한이 확실하게 핵을 포기한다면 통일비용으로 감내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런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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