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씨의 딸은 이에 앞서 오후 4시 반경 “도청 테이프 관련 자술서를 전달하겠다”며 언론에 연락했다. 기자들을 30분간 만난 딸은 “10분 뒤 전화하면 아버지가 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6시 10분경 구급차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고, 공 씨는 바로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오후 7시 반경부터 수술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1∼5cm 깊이로 4차례 복부를 찔러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것 같다”면서 “장기 손상 없이 오후 9시경 수술을 끝마쳤고 2주 정도 입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 씨는 서울 선린상고를 졸업한 뒤 안기부에 9급으로 들어가 30년 가까이 일했다.
안기부에서 감찰실, 대공정책실 정보관을 거치며 국내팀에서만 근무했던 공 씨는 1992년 정재계 인사 등을 대상으로 특수 도청을 하는 미림팀장에 임명됐다.
미림팀은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당선과 함께 1993년 활동이 중지됐다.
공 씨는 1994년 미림팀이 다시 가동되자 활동을 재개했다가 1998년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 이후 직권 면직됐다.
공 씨는 이듬해 면직취소 소송에서 이겨 복직했지만 바로 명예퇴직했다. 그리고 인우정보통신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공 씨가 당시 국정원장이던 천용택(千容宅) 씨를 협박해 국정원 국제전화 관련 사업을 모두 따냈다”고 말했으나 공 씨는 강력히 부인했다.
공 씨는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李會昌)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도왔다. 국정원과는 관련이 없고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공 씨는 사업을 하면서 돈을 모아 영화사업에 손을 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한 영화 ‘싸울아비’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했다.
한편 미림팀의 존재를 처음 공개한 김기삼 씨(미국 거주)는 이날 국내 언론에 보낸 e메일을 통해 “국정원 직제에도 존재하지 않는 미림은 보호될 이유가 없다”면서 “미림의 활동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이므로 알권리 보호 측면에서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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