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관리를 위해 개인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단 측 설명이다. 물론 연금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있을 것이다. 현행법도 공공기관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개인정보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의 휴학 사유, 교도소에 수감된 이유, 해외여행 목적 등이 공단 업무와 무슨 연관성이 있단 말인가?
연금관리공단의 이 같은 행위는 엄연한 사생활 침해로서,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7조에 위배된다. 공권력에 사생활이 침해되면 개인의 인권이 파괴되고, 문화 창조 활동과 부의 창출이 서서히 정지되는 사회로 전락하고 만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기관의 사생활 침해는 매우 위험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연금관리공단은 개인정보를 입수하는 이유로 연금의 효율적 관리를 들고 있지만 연금관리공단만큼 비효율적인 조직도 드물다. 1995년 연금관리공단의 사무소는 54개이고 임직원은 2085명이었으며, 관리운영비는 840억 원이었다. 지금은 사무소와 임직원 수가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며 관리운영비는 약 3878억 원으로 10년 전보다 5배 정도 증가했다. 그럼에도 대국민 서비스 수준은 형편없다. 올해 기획예산처가 75개 정부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국민 서비스 질을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최하위에 속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정부가 강제하는 국민연금제도 때문에 만들어진 조직이다. 어떤 분야나 공공기관이 업무를 담당하면 관리비용이 증가하게 마련이다. 공공기관이 독점적으로 관리하면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유인이 적고 자신들의 이익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연금관리공단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연금관리공단의 문제는 국민연금제도 자체에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의 문제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연금보험료는 소득의 3%였는데 현재는 9%이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평균적으로 불입액의 약 3배를 지급 받는다. 2005년 기금 수익률은 5.89%였다. 기금의 수익률이 가입자의 평균수익률 300%에 훨씬 못 미치는 구조로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더욱이 신규가입자인 젊은층은 줄고 수급층인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금의 고갈 가능성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연금관리공단은 연금고갈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각종 방법을 고안해 왔다. 배우자 사망 시 선택 수급 등 각종 약관을 만들어 지급액을 줄이려 하였고, 미납자 재산 압류 등으로 납입금을 늘리려 했다. 연금관리공단이 필요 이상의 개인 정보를 입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 |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이런 행태를 막고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연금 상품을 독점 공급하고, 전 국민으로 하여금 강제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 현 국민연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 급여방식을 개인연금저축계좌(PSA) 방식으로 바꾸고, 민간 금융기관이 연금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으로 하여금 연금관리공단이 제공하는 연금 상품과 민간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연금 상품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되면 연금고갈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연금관리공단도 경쟁의 압력을 받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이므로 본업 외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