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도청 녹취록 후폭풍]MBC가 밝힌 보도경위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재미교포 박모 씨가 ‘국가안전기획부 X파일’ 녹음테이프를 MBC 이상호 기자에게 넘겨준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들이 자료를 주고받은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는 “박 씨가 2004년 10월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프로그램 수석취재기자였던 이 기자를 찾아와 ‘1997년 대선자금과 관련된 녹취록과 테이프가 있다’며 녹취록을 먼저 건넸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녹취록이 신빙성이 있지만 녹음테이프 없이는 보도하기 어렵다고 보고 2개월에 걸쳐 박 씨를 설득했다는 것. 박 씨는 결국 “미국으로 오라”고 했고 이 기자는 지난해 12월 29일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녹음테이프가 박 씨의 서울 집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 기자는 박 씨를 재차 설득해 이튿날인 12월 30일 한국으로 함께 돌아와 박 씨에게서 직접 테이프를 건네받았다는 것. 이 기자는 당시 교포사회를 중심으로 박 씨의 신원에 대해서도 취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테이프 구매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MBC의 한 관계자는 “이 기자가 처음 미국에 갈 때 박 씨의 속내를 확인하지 못해 사비를 털어 1000만 원을 준비해 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시 이 기자와 보고라인에 있던 상급자 사이에는 ‘박 씨가 돈을 요구해도 주지 말자’는 원칙이 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취재 과정은 이 기자와 일부 상급자만 알고 있었을 뿐 보도국장 등 간부들조차도 제보자가 누군지 최근까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MBC 관계자는 “이 기자도 박 씨에게 테이프를 건네준 사람이 안기부 미림팀장 공운영 씨라는 사실을 다른 언론의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며 “한국에 있던 박 씨와 연락이 닿아 그가 26일 출국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추가 인터뷰를 위해 기자와 카메라맨을 박 씨가 탈 미국행 비행기에 동승시키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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