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는 어제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맥아더를 아시나요’라는 글에서 “6·25전쟁은, 후삼국시대의 견훤과 궁예, 왕건 등이 모두 삼한 통일의 대의를 위해 전쟁을 했듯이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었다면서 “통일 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안에 끝났을 것이고, 우리가 겪었던 살상과 파괴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미국은 은인이 아니라 민족의 원수이며 맥아더는 전쟁 영웅이 아니라 역사 속에 던져버려야 할 전쟁광이자 민간인 학살자”라고 했다.
사실관계가 틀렸을뿐더러 극단에 치우친 위험천만한 역사인식이다. 6·25전쟁을 남북 간 계급갈등에 기초한 민족해방전쟁(내전)이나, 미(美) 제국주의의 산물로 보는 수정주의 이론은 이미 생명이 끝난 지 오래다. 비밀이 해제된 미 군정(軍政)문서, 소련의 몰락과 함께 발굴된 자료, 그리고 중국이 공개하고 있는 자료에 의해 6·25전쟁은 김일성-스탈린-마오쩌둥 3자가 모의하고 집행한 남한 적화(赤化) 침략임이 정설로 굳어졌다.
수정주의 쪽에 섰던 많은 학자들과 연구자들도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전통주의와 수정주의를 함께 극복하는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1980년대 후반 이후의 학계 추세다. 이를 모를 리 없을 강 교수가 극좌적인 주장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으니, 이쯤 되면 학자의 견해가 아니라 모종의 의도를 가진 선동가의 선동이거나 거의 교조화된 친북(親北) 신념의 표출처럼 보인다.
분단의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는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의 한국 현대사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전 레닌그라드 국립대 교수가 소련 공산당 정치국 문서를 통해 최근 밝힌 것만 봐도 소련은 1946년 5월 제1차 미소 공동위원회가 결렬됐을 때 이미 북한에 단독정권을 세우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 중이었음이 거듭 확인됐다.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6·25전쟁은 빨리 끝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남한은 적화됐을 것이고, 그 귀결은 극단의 인권 침해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의 남반부판(版)’일 것이다.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리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중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다. 그 토대 위에서 불과 30여 년 만에 경제 발전과 정치 발전을 동시에 이뤄냈다. 그것이 불만이라면 강 교수는 더는 대한민국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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