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강원 태백시 태릉선수촌 태백분촌. 프로농구 KCC 선수들이 이번 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11박12일의 일정으로 산악 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 시즌 정상을 꿈꾸는 선수들만큼이나 KCC 허재 감독은 의욕에 넘쳐 있다. 5월 KCC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으로 선수들과 한자리에 모여 훈련을 시작한 것.
훈련 장소도 허 감독이 직접 결정했다. 해발 700m에 이르는 고지 훈련이 체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 태백에선 운동장 한 바퀴만 돌아도 서울에서 세 바퀴 도는 운동량이 될 만큼 힘이 든다고.
“30년 가까이 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선수 마음을 잘 알아요. 요령 피우는 선수는 금세 잡아내죠. 허허.”
감독이 된 뒤 걱정이 많아져 담배도 하루 두 갑 가까이 피운다는 허 감독은 이번 훈련에서 악역을 자처하기로 했다. 오전 오후로 실시되는 강도 높은 스케줄 속에서 선수들을 혹독하게 다루고 있는 것. 체력 훈련은 자기와의 싸움이며 인내의 과정이라는 게 그의 지론.
KCC에는 이상민(33), 조성원(34), 추승균(31) 등 30대 주전이 많아 장기 레이스에서 체력은 특히 걱정되는 부분.
감독의 이런 뜻을 헤아려서인지 KCC 선수들은 10km가 넘는 산악 코스를 하루에도 몇 번씩 달리며 파이팅을 보이고 있다.
주장 이상민은 “그동안 많은 훈련을 해봤지만 산 타는 건 처음”이라며 “힘들지만 다들 한번 해보자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 투지를 보였다.
팀 내 최고참인 조성원 역시 “너무 고돼 훈련 끝나면 당분간 산 근처에도 안 갈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모기가 전혀 없는 산골에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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