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모럴 解放區 KBS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큰 망치로 머리를 맞는 듯한 충격이다. 어머니와 함께 보다가 내가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27일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치는 패륜 장면을 방송한 KBS 2TV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 대해 누리꾼(네티즌)들의 비판이 빗발친다. 시어머니 때문에 아이가 다쳤다며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고, 아들도 어머니에게 “맞을 짓을 하셨네요” 했단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다 모두 말을 잃었다는 한 고교생은 “93세인 할머니는 혈압이 오르셨다”고 썼다.

▷제작진이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우리나라엔 헌법보다 막강한 ‘국민정서법’이 있어서다. 방송법도, 방송은 국민의 윤리적 정서적 감정을 존중해야 하고(공정성 공익성) 건전한 가정생활에 나쁜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공적 책임)고 규정한다. 더구나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자 국가 기간방송이 아닌가.

▷“그만 아버지로 살아! 남자가 아니라….” “나도 이제 행복하고 싶다. 그것도 죄냐?” KBS 2TV 월화드라마 ‘그녀가 돌아왔다’에선 25년 만에 냉동상태에서 깨어난 여자를 놓고 아버지와 아들이 경쟁한다. 이미 남의 남편이 된 옛 애인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는 내용이 아침부터(‘위험한 사랑’) 주말까지(‘슬픔이여 안녕’) 이어진다. 2TV의 편성원칙은 ‘상업방송의 선정적 프로그램으로부터 국민정서를 보호하는 정신적 그린벨트 구축’이다. 요즘 2TV는 정신적 그린벨트가 해제된 모럴의 해방구(解放區) 같다.

▷1TV는 ‘한국인의 중심 채널’을 지향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KBS경영평가단은 탄핵방송과 관련해 “특정 이해집단을 대변하거나 한쪽을 두둔하는 것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엔 수신료를 올려 일자리를 지키자고 노사합의까지 했다. KBS가 한국인의 ‘중심’을 흔들고 정신까지 오염시키면서 제 밥그릇만 붙들고 있다면, 온 국민이 왜 시청료를 내야 하는지 의문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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