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이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우리나라엔 헌법보다 막강한 ‘국민정서법’이 있어서다. 방송법도, 방송은 국민의 윤리적 정서적 감정을 존중해야 하고(공정성 공익성) 건전한 가정생활에 나쁜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공적 책임)고 규정한다. 더구나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자 국가 기간방송이 아닌가.
▷“그만 아버지로 살아! 남자가 아니라….” “나도 이제 행복하고 싶다. 그것도 죄냐?” KBS 2TV 월화드라마 ‘그녀가 돌아왔다’에선 25년 만에 냉동상태에서 깨어난 여자를 놓고 아버지와 아들이 경쟁한다. 이미 남의 남편이 된 옛 애인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는 내용이 아침부터(‘위험한 사랑’) 주말까지(‘슬픔이여 안녕’) 이어진다. 2TV의 편성원칙은 ‘상업방송의 선정적 프로그램으로부터 국민정서를 보호하는 정신적 그린벨트 구축’이다. 요즘 2TV는 정신적 그린벨트가 해제된 모럴의 해방구(解放區) 같다.
▷1TV는 ‘한국인의 중심 채널’을 지향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KBS경영평가단은 탄핵방송과 관련해 “특정 이해집단을 대변하거나 한쪽을 두둔하는 것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엔 수신료를 올려 일자리를 지키자고 노사합의까지 했다. KBS가 한국인의 ‘중심’을 흔들고 정신까지 오염시키면서 제 밥그릇만 붙들고 있다면, 온 국민이 왜 시청료를 내야 하는지 의문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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