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오후 7시 서울대 수의대 동물병원.
황우석(黃禹錫) 석좌교수가 누런 어미개의 배를 가르는 순간 연구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황 교수가 어미 배 속에서 까만 털에 뒤덮인 수컷 강아지를 치켜들자 연구원들은 박수를 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Snuppy)’는 이렇게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났다. 몸무게는 530g. 정상이었다.
2002년 8월 황 교수팀이 개 복제 연구를 시작한 뒤 숱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뤄낸 2년 8개월 만의 성공이었다. 개 복제는 이때까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복제 전문가들도 고개를 흔들던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다. 황우석교수팀 회견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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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실무책임을 맡았던 이병천(李柄千) 교수는 아직도 ‘스너피’ 탄생 순간의 감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3월 16일 초음파 검사로 ‘스너피’의 어미가 임신에 성공한 사실을 확인했을 때도 감격에 겨워 울었다고 한다. 그만큼 개 복제는 어려웠다.
황 교수팀은 1999년 2월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켰지만 ‘국내 최초’의 성과였을 뿐이었다. 이미 1년 전 일본 연구팀이 소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
2002년에는 유전자를 변형시킨 돼지를 복제했지만 2년 전 영국 연구팀에 선수를 빼앗긴 상태였다. 그래서 더욱 더 개 복제만은 ‘세계 최초’로 성공하자고 다짐했다.
2002년 8월 황 교수, 이 교수, 강성근(姜成根) 교수를 중심으로 10명의 ‘개 복제팀’이 처음으로 구성됐다.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에서 유학 와 박사과정에 다니던 외국인 2명도 연구팀에 포함됐다.
연구팀의 김민규(金敏奎) 박사는 “여성을 포함해 연구원 가운데 실험견에 안 물린 사람이 없다”며 “연구팀에는 상처가 큰 사람이 대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의 차도 수난을 당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도 실험동물회사에서 발정 난 개를 골라 서울대 실험실로 옮길 때 이 교수의 차를 이용했다. 수십 차례에 걸쳐 개를 수송하다보니 차 안은 온통 개 냄새였다. 나중엔 냄새에 익숙해진 연구원 외에는 누구도 탈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정부 지원으로 예산이 확보돼 개 수송 전용차로 옮기고 있다.
세계 최초의 개 복제 성공 사실이 처음 공개된 3일은 ‘스너피’가 태어난 지 정확히 102일 되는 날.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백일잔치를 치른 셈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외국 주요언론‘황우석 신드롬’▼
황우석 교수팀이 3일 오전 11시 세계 최초의 개 복제 성공 소식을 발표한 기자회견장에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CNN, NHK, 로이터 등 세계 유력 언론을 비롯한 150여 명의 내 외신 기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외신은 본사에서 직접 과학 담당 전문기자를 파견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직접 대형 화면을 통해 약 20분간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손짓을 하거나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황 교수의 유명세를 실감케 하는 장면.
발표 후 황 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제럴드 섀튼 교수, 서울대 이병천 교수와 함께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30분간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동기에 대해 황 교수는 “한국 과학자들이 자랑스럽게 연구한 내용을 외국에서 먼저 발표할 때마다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제너틱 세이빙스 앤드 클론(GSC)’의 벤 칼슨 대변인은 “누군가 우리를 이긴다면 그것은 바로 황 교수팀일 것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며 “그들의 과학기술이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논평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2차례 애완용 고양이를 복제해 미국에서 처음 판매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黃교수팀"원숭이 복제 어렵겠지만 복제배아 얻는 실험할것"▼
“스너피에게 체세포를 제공한 아빠 개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현재 스너피의 모습과 똑같아요.”
황우석 교수는 3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태어난 지 102일 된 스너피를 소개하며 감격스러워했다.
다음은 황 교수팀과의 일문일답.
―한 마리가 사망한 이유는….
“5월에 태어난 한 마리는 모유를 병에 넣어 주었더니 먹지 않았다. 그래서 입에 튜브를 넣어 강제로 먹였는데 너무 어린 상태라서 먹이가 폐로 들어가 ‘이물성 폐렴’이 발생했다.”
―개 두 마리가 모두 제왕절개로 태어났는데 대리모가 희생되지 않았나.
“대리모를 포함해 그동안 난자와 체세포를 제공한 개 가운데 실험에서 희생된 것은 한 마리도 없었다.”
―이번 실험에서 복제 배아 1095개 가운데 한 마리가 태어났다. 하지만 논문에서는 성공률이 1.6%라고 높은 수치로 표시돼 있는데 왜 그런가.
“배아를 기준으로 보면 성공률은 0.09%다. 하지만 대리모를 기준으로 보면 123마리에서 (비록 한 마리는 죽었지만) 두 마리가 태어났으므로 1.6%라고 표기한 것이다. 성공률을 높이려면 추가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앞으로 원숭이 복제에 도전할 계획은….
“제럴드 섀튼 교수와 우리 팀은 현 단계에서는 원숭이 복제가 매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원숭이의 줄기세포를 연구하기 위해 복제 배아를 얻는 실험은 수행할 것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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