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私도청도 없애자

  • 입력 2005년 8월 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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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의 불법 감청(도청)이 공분(公憤)을 사고 있는 가운데 사적(私的)인 도청 범죄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심부름센터의 대화 녹음, 통화 조회나 e메일 해킹, 개인이 도청 장비를 구입해 악용하는 경우 등 다양한 형태가 버젓이 활개를 친다고 한다. 불법적인 사생활 침해의 횡행으로 감시 공포증에 시달리고 노이로제 증상을 호소하는 정신질환자까지 늘고 있다.

특히 일부 심부름센터가 신형 도청 장비로 프라이버시를 파고드는 새로운 수법의 범죄적 영업을 일삼아 그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올 2월 보도된 신생아 모자 납치 살해 사건을 저지른 것도 심부름센터였고, 지난해 총선 때 전남 해남군에서 상대 진영에 고성능 도청기를 설치해 정보를 빼낸 것도 심부름센터였다. 배우자의 사생활을 조사해 준다며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생활정보지에 광고까지 하고 대화 녹음, 통화 조회를 해 주는 범법 업소도 적지 않다고 한다.

프라이버시 보호 수준은 그 나라의 문명화, 선진화, 삶의 질을 재는 척도이기도 하다. 미국 워싱턴 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딸의 전화를 엿들은 어머니의 행위에 대해 ‘보호받아야 될 사적 권리를 침해한’ 범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상은 헌법과 법률에 담긴 프라이버시 보호 규정이 무색할 정도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헌법 17조)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헌법 18조) 등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한낱 심부름센터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것이 현실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신용정보이용에 관한 법률, 형법 등 각종 제도적 장치도 무력하기 짝이 없다.

사적 도청 범죄와 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조장하는 기기(機器)의 유통 등을 팔짱 끼고 구경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선 통신비밀 침해 범죄의 온상인 심부름센터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 행정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업종’이라는 점이 악용되고 있는 만큼 등록 요건 및 단속과 처벌 근거 강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개인간의 불법적인 도청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기기의 유통 난맥상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처가 요망된다.

사생활 영역이 무방비 상태로 침해되고 있는 데 따른 사회적 파장은 일파만파다. 이런 상황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기술이 진보하고 윤리의식이 흔들릴수록 새로운 차원의 사생활 보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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