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농업인들이 정부의 ‘농수산물 효능‧효과 광고 금지 규정’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부작용을 우려하며 개정을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농산물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농업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홍보에 사용할 수 있는 문구는 극히 제한적이다.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6조 2항에는 ‘질병의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내용 또는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광고는 허위표시·과대광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홈페이지에 ‘동의보감, 농산물의 효능 및 효과’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처벌을 받는다.
지난해 경남 남해군의 한 농업인은 홈페이지에 ‘마늘이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문구를 실었다가 과징금 50만원을 냈다. 강원도의 복숭아 재배 농민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복숭아가 기침 치료에 좋다’는 내용을 실어 고발당했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농산물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과장광고 홍보문구를 고발하면 신고건당 1만원에서 3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으로 전문 신고꾼 이른바 ‘홈파라치’가 등장한 것. 따라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법개정을 통해 포상금제를 없애기도 했다.
한국사이버농업인연합회(이하 한사농)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농업인이 자체 생산한 상품을 광고할 때 일종의 논문과 참고문헌을 인용하는 방식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사농 장병수 회장은 “농산물효능광고금지 규정은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쌀과 사과의 효과가 이미 알려졌음에도 정보공개가 일절 금지되고 있는 등 우리 농산물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를 일절 올릴 수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장 회장은 “농업인들은 어려운 농업현실을 이겨내려고 기능성 농산물 생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막상 생산에 성공해도 홍보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청, 농림부 등 관련기관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농수산물 효능광고를 허가하라”는 사이버 농업인들의 탄원서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관련기관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농림부는 “농업인들의 생존과 소비자들의 정보습득을 위해서 학계의 검증을 거친 상식적인 정보는 공개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농촌진흥청도 “현행법은 상품 자체의 홍보 수단을 아예 금지시켜 농가의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농업인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 모두가 아무런 제약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일반식품을 마치 치료기능이 있는 약처럼 광고하는 게 옳은 것이냐”며 “잘못하면 의약품과 혼동해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식품을 의약품처럼 홍보하려면 충분한 검증과 사후관리, 통제가 필요하지만 현재 그런 시스템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고전 문헌, 전문 학술지에 실린 농산물의 효능은 대상을 식품이 아닌 의약품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도 “질병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홍보는 의약품만 할 수 있다. 식품은 약이 아니지 않냐”며 “농산물 효능광고 금지는 당연한 처사”라고 말했다.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아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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