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산가족 상봉 ‘이벤트’에서 벗어나야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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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 제11차 상봉 첫 번째 만남이 어제 금강산에서 끝났다. 남북 합쳐 370명의 이산가족들은 짧기만 했던 2박 3일 동안 통한(痛恨)의 세월을 되돌아보며 눈물지었고, 그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오늘부터는 538명의 이산가족들이 또 만남의 시간을 갖지만 이들 역시 사흘 뒤면 기약 없는 작별에 울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일회성 행사에 그쳐야 하는지 안타깝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에만 1만880여 명의 이산가족들이 상봉했지만 한 차례의 만남으로 끝났을 뿐 서신 교환이나 상호 방문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가 남한에만 10만여 명이라는데 이런 식이라면 대부분 고령인 이들이 언제쯤 이산의 한(恨)을 풀어보겠는가. 이제는 정말 상봉의 질과 내용을 바꿀 때가 됐다.

경제협력 분야에선 ‘민족끼리’를 합창하는 남북 당국이 민족 최대의 비극인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선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정치적으로 흥정하듯 다루니 개탄스럽다. 북측은 시혜(施惠)라도 베푸는 양 생색을 내고, 남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과시하는 ‘이벤트’로 삼기에 바쁘니 깊어가는 것은 이산가족들의 고통뿐이다.

어제 금강산 상봉행사를 마치고 함께 귀환하던 남측 취재단의 한 사진기자가 북측 출입사무소를 촬영했다는 이유로 북측이 버스에 탄 이산가족들을 1시간이나 묶어둔 것도 이산가족 문제를 다루는 그들의 태도가 어떠한지를 느끼게 한다. 북한은 이 기자에게 500달러의 벌금과 사죄문을 받고서야 버스를 출발시켰다. 북측의 이런 고자세를 감수하면서 그들의 선처(善處)에만 매달려 온 우리 정부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상봉의 정례화, 서신 교환, 자유 왕래의 성사를 통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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