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은 이달 퇴임하는 유지담 윤재식 이용우 대법관의 후임을 제청하기 위해 후보자 추천 공고를 냈다.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내규에 따르면 개인이건 단체건 비공개 서면으로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 추천한 후보자를 공개해 심의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쳤을 경우 임명 제외 사유도 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청권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다. 사법권 독립을 존중해야 할 법무장관이 법규에 어긋나는 경솔한 발언을 한 것은 잘못이다.
사법권 흔들기는 여권 일각의 ‘재심(再審) 특별법’ 추진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사법권 독립이 지켜지지 못했던 독재정권 시절에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의 명예와 권리를 찾아 주는 노력은 필요하다. 이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이나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을 통해 명예를 회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재심 사유를 지나치게 확대해 확정 판결이 내려진 지 십수 년에서 40여 년이 지난 사건들을 모조리 끄집어내 판결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법치주의의 기반인 법적 안정성(安定性)을 해치게 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적지 않다. 사법적 정의를 무한정 추구하지 않고 시효(時效)와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두고 재심 사유를 제한하는 데는 법적 안정성을 존중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
과거의 악법(惡法)도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한 사회적 산물이다. 역사는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연구의 대상이다. 사법부까지 과거사 규명의 바람몰이에 휩싸이면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사법권 독립을 위태롭게 하고 법치의 위기를 증폭시킬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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