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옥치장]우량공기업 상장 늘려 證市에 활력을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6분


주식시장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거의 11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운 것은 물론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은 적립식 펀드를 매개로 한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과 더불어 기업의 수익성 개선, 간접투자 중심의 투자 문화 정착, 기관투자가의 역할 증대 등 우리 증시의 구조적 변화와 대내외 투자 여건의 개선이라는 큰 흐름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흐름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 시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편으로 걱정이 앞선다.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가 되어야 할 증시가 오히려 기업 자금을 흡수하고, 기업이 신규 상장을 기피하는가 하면, 자진해서 상장을 폐지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 주변 여건의 개선으로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계속되면서 주식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경영권 강화와 주주가치 증진을 위한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과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투자 비중 확대 등으로 대형 우량주의 유통 물량이 크게 줄어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는 주식시장의 ‘물량 가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신규 상장과 증자를 통한 주식 공급은 매년 줄어 1999년 41조 원 규모의 주식 자금 조달 규모가 작년에는 8조7000억 원대로, 올해 들어서는 2조2000억 원대로 감소했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형 우량주의 공급은 거의 없었다.

주식의 공급 부족 현상은 수년간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고,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유보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 이 같은 사실은 1990∼1997년 9.6%에 이르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2001∼2004년에는 0.3%로 급락한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투자 자금의 공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원하는 상품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을 경우 초과 수요 때문에 주가가 상승한다. 하지만 수급 불균형 상태가 지속될 경우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서 증권시장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증시 여건이 변화할 경우 뭉칫돈이 증시에서 급격히 이탈할 위험도 있다.

우리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증시의 기초 체질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내외 우량주식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우량주는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우량주의 상장을 통해 증가하는 주식 투자 수요에 부응하고, 증권시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시중 부동 자금의 증시 유입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몇몇 중국 기업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 한국에서 공개한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갑다. 또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상장 요건을 갖춘 우량 공기업들로 상장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상장된 한국전력 KT 포스코 KT&G 등은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우량종목 아닌가. 이 밖에 투자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상장지수펀드, 개별주식옵션 등 새 금융 상품의 공급과 활성화에도 노력해야 한다.

증권시장은 우리 모두가 합심하여 가꾸어야 할 국가적 자산이다. 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상장을 통해 양질의 자금을 조달할 뿐 아니라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주가 상승의 혜택을 사회 구성원들이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시장 참가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옥치장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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