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와 방북 추진 단체들에 묻는다. 그런 당의 창당 기념일에 사절단을 보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인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함께 기념하겠다는 것인가. 반세기가 넘도록 적화통일을 위해 북한 주민들의 가슴에 적개심을 심어 온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치겠다는 것인가. 학정(虐政)과 무능으로 수십만 명을 굶겨 죽인 노동당 일당(一黨) 독재를 칭송하겠다는 것인가.
통일부는 2000년에도 남측 인사들이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에 다녀온 적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그때도 가지 않았어야 했다. 민간 차원의 교류는 민간 수준에 국한하는 것이 옳다. 민간이 잘못 나서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십상이다.
노동당 행사는 챙기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는 지난주에도 이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일부 위원은 “평화체제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므로 인권위가 입장 표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해괴한 발상이다. 장기수의 시신까지 보내 주면서 살아 있는 북한 동포들이 겪는 반(反)인권의 고통에는 눈감고 입 닫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평화인가.
이제라도 대북(對北) 교류·협력 원칙을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되는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원칙을 정하고 지켜야 한다. 그런 원칙이 없으니까 혼란스럽고, 그런 혼란 속에서 북한 주민이 아닌 북한 체제에 아부하는 행태가 도(度)를 더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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