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의 거소투표는 특수지에 근무하는 군인과 경찰,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나 장애인에게 한정됐다. 10·26 재선거는 거소투표가 일반 유권자에게까지 확대되는 첫 선거다. 누구든 부재자(不在者) 신고만 하면 거주지에서 투표할 수 있고,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잘만 운용하면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재선거에서 거소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대구 동을 2513명, 울산 북 1394명, 경기 부천 원미갑 2635명, 경기 광주 2161명이다.
▷하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투표 과정을 감시하는 장치가 없어 대리투표나 매표(買票)의 소지가 적지 않다. 벌써 일부 선거구에선 여야 간에 “부재자 신고서가 무더기로 대리 접수됐다”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신고서를 모아 인편으로 접수시킨 것을 대리 접수로 몰고 있다”는 등의 공방이 치열하다. 울산 북구에선 225명의 부재자 신고서를 대리 접수시킨 사람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헌법의 ‘비밀투표’ 조항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리투표 추적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거소투표의 문제점을 다 제거할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이 많다”는 게 선관위 박기수 사무총장의 말이다. 유권자가 자신의 표를 철저히 지켜 내는 수밖에 없다. 대리투표나 매표의 낌새가 있다면 곧바로 신고해 관련 후보가 당선된 뒤라도 무효로 만들어야 한다. 거소투표 확대는 이제라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불법 선거가 원인이 돼 치러지는 재선거에서 또 불법이 당락(當落)을 좌우해서야 될 일인가.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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