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재걸 “공이 수박만큼 커보였다”

  • 입력 2005년 10월 17일 03시 10분


“맞아도 좋아”한국시리즈 2차전 영웅 김재걸(아래)이 연장 12회말 김종훈의 안타 때 끝내기 결승 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 아래 깔리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맞아도 좋아”
한국시리즈 2차전 영웅 김재걸(아래)이 연장 12회말 김종훈의 안타 때 끝내기 결승 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 아래 깔리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4시간 45분의 혈투.

포스트시즌 사상 최장 시간 경기에서 마지막에 웃은 것은 사자였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삼성이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승리로 이끌며 절대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1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은 9회말 공격에 들어설 때까지 1-2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더구나 두산 투수는 올해 세이브왕 정재훈.

선두타자 김한수가 평범한 1루 땅볼로 아웃되면서 승부는 완전히 두산으로 기우는 듯했다.

이때 선 감독은 ‘대타 김대익’ 카드를 뽑아 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김대익은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2볼에서 정재훈의 한가운데 포크볼을 통타해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천금같은 동점 솔로 홈런을 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전에서 삼성의 라인업은 건재했지만 9회를 마지막으로 생각한 두산은 김동주 안경현 등 주축 타자를 모두 교체한 상태. 분위기로도 극적인 동점을 만든 삼성이 우세했다.

운명의 12회. ‘한국시리즈 사나이’로 떠오른 삼성 김재걸이 이재영을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가면서 공격의 물꼬를 텄다. 곧 이은 조동찬의 보내기 번트에 이어 김종훈의 끝내기 우전안타가 터졌다.

순간 수십 발의 폭죽이 달구벌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이날 경기시간 4시간 45분은 2001년 두산-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4시간 36분)보다 9분이 길었다.

전날 1차전은 삼성이 5-2로 승리했다. 양 팀은 18일 서울로 장소를 옮겨 3차전을 벌인다.

대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양팀 감독의 말▼

▽삼성 선동렬 감독=배영수가 7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아 줬고 9회 말 김대익이 동점 홈런을 치면서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경기 전 선수단 분위기가 아주 좋아서 승리를 예감했다. 항상 선수들에게 1점 차 승부를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 시즌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많았던 게 오늘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상승 무드를 탔고 계속 이어 가겠다.

▽두산 김경문 감독=너무 아쉽다. 번트에서 실수가 많았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오늘처럼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서울에서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연패로 몰려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박명환이 선발로 나오는 3차전을 꼭 이겨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에 대한 대비를 많이 했는데 공략이 잘 안 됐다. 삼성 투수들이 잘 던졌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