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 교수의 기고행위와 글 내용은 실정법 위반이 아니다. 헌법은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를 명시하고 있다. 아무리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이라도 적용할 법이 없으면 처벌하지 못한다.
노 대통령은 “내가 찬성하지 않는다고 다 나쁜 놈, 죽일 놈으로 잡아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 전 교수를 두고 한 말이라면 맞지만 같은 주장이 강 교수에게 통할 수는 없다. 강 교수는 현존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개폐(改廢) 논란이 있지만 이 법은 엄연히 살아 있다. 노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거나 빗나간 법의식을 드러낸 사례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자신의 2선 후퇴와 한나라당 소속 국무총리에게 조각권(組閣權)을 주는 연정 제의가 위헌이라는 비판이 일자 “위헌이니 뭐니 하는 형식논리 갖고 말하지 말라”고도 했다. 헌법은 대통령의 행위에 대한 가장 중요한 판단 잣대다.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은 헌법이 부여한 것이고 대통령의 직무 집행은 헌법 수행행위 그 자체다. 헌법은 겉치레뿐인 형식논리가 아니다.
노 대통령이 지난날 독재에 악용됐던 법과 투쟁하다 보니 헌법과 법률 경시에 익숙해졌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헌법 준수를 선서한 대통령이 20여 년 전 돌멩이와 최루탄이 날아 다니던 시절의 법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