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에 외국 외교관과 기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한 해 동안 끌어들인 외국자본이 7개 다국적기업의 10억2000만 달러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연간 300억 달러에 가까운 수출이 이뤄지는 건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는 찬사도 이어진다. TV와 모니터, 노트북 액정화면 등 세계 디스플레이 제품 4개 중 1개를 생산해 디스플레이산업의 허브로 불린다. ‘한국의 에인트호벤’답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선 한국의 근대산업 발전사가 한눈에 보인다. 1971년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공단으로 설립돼 1970년대 ‘산업역군’들이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구호 아래 흑백TV와 섬유제품을 생산했다. 1980년대 들어 전자제품으로 주종이 바뀌었지만 컬러TV는 컨테이너에 가득 실어 수출해도 5만 달러를 벌기 힘들었다. 외환위기로 호된 타격도 입었다. 그러나 되살아났다. 미래를 내다본 대기업들의 첨단산업분야 투자가 2000년 안팎에 디지털 열풍과 맞닿은 덕이다.
▷구미시에선 한 해 7000명씩 인구가 쑥쑥 늘어난다. 전국 242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주민 평균 소득 1위, 수출과 생산액 1위니 사람들이 제 발로 몰려든다. 지난해 투자협정을 맺은 일본 아사히글라스의 와다 다카시 사장이 “공무원들의 정성에 감동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할 만큼 관(官)의 자세도 남다르다. 기업이 잘돼야 사람과 돈이 모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작은 거인’ 구미시가 보여 주고 있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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