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했던 펀드가 2년을 넘겼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글쎄요, 좀 알아보고 말씀드릴게요.”
전화를 끊은 후 은근히 속상했다. 부모님은 한 은행과 20년 가까이 거래하고 있는 우수고객이다. 펀드 투자도 은행이 권한 상품으로 시작했다.
매달 만나는 투자 상담 전문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최근 한 자산운용사 직원을 만났다.
“요즘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게 뭔가요?”
“20∼30분 기다리고도 5∼10분 정도밖에 상담을 못 받는 거죠. 상담 인력이 많이 부족해요.”
대학병원 초진도 아니고, 자산관리 상담을 그렇게 촉박하게 받아야 하나.
확인을 위해 증권사 영업점과 은행 몇 곳을 돌아다니며 펀드 상담을 받았다. 대부분 친절했지만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여러 곳을 다닐수록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판단이 흐려졌다.
한 증권사 영업 청구에서 황당한 경험도 했다.
“이 상품이 최근 가장 좋은 수익률을 올린 우리 회사의 간판 펀드입니다. 매스컴에도 워낙 많이 소개돼 많이들 찾으세요.”
최신 유행 패션상품을 소개하는 듯한 설명. ‘설정한 지 오래 돼 수탁금액 규모가 커진 펀드는 운용에 부담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 상품의 수익률이 조금씩 저조해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고객님처럼 여러 가지 조사를 해 오는 분께는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반영한 신상품을 권해 드리죠.”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여러 가지 상품을 함께 권하지 않았는지?
“유명 펀드에 가입하겠다고 결심하고 오는 분이 워낙 많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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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펀드의 안내문에는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표시돼 있다.
내년부터 인터넷 등을 통한 자산운용사의 펀드 직판이 시작된다. 투자자보다 더 많이 공부하지 않는 영업 담당자는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다. 판매와 사후관리 부문에서 전문성을 보여주는 ‘영업 고수’를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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