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검찰은 어제 김은성 전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임 씨와 신 씨가 이 사건의 공범이라고 공소장에서 밝혔다. 김 전 차장이 이들 두 사람과 차례로 공모해 도청 범죄를 일삼았다는 것이다. 두 달여 만에 드러날 일을 잡아떼며 화를 냈으니 너무나 뻔뻔스럽다. 엎드려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판에 자신들만 빠져나가려고 했으니 비겁할 뿐 아니라, 이들의 범죄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 수사내용을 보면 DJ 정부는 국정원의 도청정보로 권력을 유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국정원 도청팀은 유선중계통신망을 이용한 감청장비(R-2) 6세트에 국내 주요 인사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놓고 무차별로 도청했다. 이 장비는 3600회선까지 접속이 가능했다니 도청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여기에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CAS)를 합치면 그야말로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당시 DJ 정부는 ‘휴대전화는 감청이 불가능하니 안심하고 통화하라’는 신문광고까지 냈다. 그랬으니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법원의 감청 허가를 받을 수도 없었다.
국정원 도청팀을 실무적으로 지휘한 김 전 차장은 “국가통치권 보호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도청을 했다”고 진술했다. 사회위기 때마다 도청이 필요했다는 주장도 했다. 하루 7, 8건의 주요 도청정보가 어디로 보고됐는지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DJ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 그때는 몰랐다 하더라도 이쯤 됐으면 DJ가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옳다. 노무현 대통령도 “(DJ) 정권이 책임질 만한 과오는 없었다”는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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