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우선 따져봐야 할 것은 위 예산들이 ‘소비적 복지’성인가 하는 점이다. 먼저 저출산 대책을 보자. 출산율은 한 나라의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3요소(자본, 노동,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였다. 이는 고령화 및 노동 공급의 감소로 이어져 성장 둔화 등을 초래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저출산 대책을 복지예산으로 분류하고 ‘복지는 곧 성장 저해의 요인’이라는 결론을 유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둘째,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은 이들이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 미래에 커질 수 있는 지출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자활근로사업과 일자리 창출 및 직업훈련 지원은 전통적인 소득 보장식 복지가 아닌, 근로 연계형 복지를 통해 빈곤을 극복하는 방식이다.
셋째, 극빈층의 생계 보호는 민주국가의 기본적 의무이며 역할이다. 이번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확대한 것은 최저생계비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 아니라,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양의무자가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극빈층의 일부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조치로 수급자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복지예산이 성장을 저해할 것인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종종 성장과 분배는 대립적 개념이며, 성장의 결과 나타나는 불평등은 어쩔 수 없다는 견해를 접한다. 그러나 불평등이 성장에 유해한 영향을 준다는 여러 연구 결과에 주목해야 하며, 그러한 불평등의 문제를 조정하지 않으면 성장잠재력이 저해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다층적 양극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양극화가 사회 통합을 해치고 나아가 정치적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며 투자를 감소시켜 경제성장을 지연할 것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성장은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재정정책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적 자본 투자, 사회정치적 안정, 투자환경 조성, 국내 수요의 확보 등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장경제를 유지하면서도 빈곤이나 불평등 완화, 국민의 기초생활 지원 등을 충족시켜 균형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정책 예산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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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독일의 지나친 복지 지출이 경제성장을 저해했고, 한국이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독일은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생산적 복지로 전환함이 늦어졌기 때문에 노인이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억제돼 왔다.
복지 지출을 삭감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고용 가능성을 향상하고 일자리를 통해 빈곤을 탈피하고 생산적 복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복지는 성장의 주요한 인프라이다.
김용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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