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언론-홍보정책 이젠 正道 찾아야

  • 입력 2005년 10월 29일 03시 06분


보름 전쯤 언론중재위원회에 처음 가 봤다. ‘소가 웃을 소청(訴請) 심사’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서 소청심사위원회가 정정 보도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판사인 중재부장은 “기사에 틀린 곳이 없으니 정정 보도는 안 되겠지만 소청심사위원회가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평가의 문제로서 반론은 가능하겠다”고 전제했다.

이어 중재부장은 “(이런 평가의 문제는) 설령 정부가 언론의 평가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는 한 법적 다툼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도 했다.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한 달가량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사에 나오는 통계 수치가 잘못됐더라도 오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정 보도를 신청해야 하는 일선 부처의 속사정을 알게 됐다.

기사의 잘못 여부와 상관없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또는 반론 보도를 많이 신청할수록 점수를 많이 주는 평가 방식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이런 언론정책과 홍보방법은 엄밀하게 따지면 법이나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 한쪽은 지원하고 다른 한쪽은 통제를 강화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가 비교적 많은 매체에는 기고를 금지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민간단체나 기업 가운데엔 언론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거나 통제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언론을 대하는 곳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홍보하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

많은 언론학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정적이나 원수끼리 싸울 때나 사용할 수 있는 ‘사도(邪道)’이지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것이다.

평소 참여정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온 학자도 언론정책과 홍보방법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출범 당시 원칙과 과정을 중시하겠다고 선언했던 참여정부가 언론정책에서도 정도를 걸으라는 전문가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실무자들이 힘들어 하는 언론정책과 홍보방법으로 무슨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하종대 사회부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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