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보다 南이 먼저 급변사태 맞을 수 있다”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4분


코멘트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된 북한 급변(急變)사태에 관한 정책연구보고서는 ‘최상의 안보는 최악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경기대 남주홍, 연세대 윤태영 교수팀은 국방위 의뢰를 받아 작성한 이 보고서에서 “북한 급변사태는 미래잠재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인데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희망적 구상’만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사 북핵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북한은 체제 개방 압력 등으로 자체 붕괴 등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북한보다 남한이 먼저 급변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이 보고서는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친북발언을 둘러싼 남한 내 이념갈등을 ‘총성 없는 내전(內戰) 상태’라고 규정했다. 또 김대중 정부에 이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지원으로 북한 김정일 정권은 상대적인 안정을 찾은 반면 한국은 남남갈등과 정체성 혼란으로 천하대란(天下大亂)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해서도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결코 서둘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에 앞서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교수는 그제 고려대 강연에서 “한국은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으며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우경화,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좌경화하면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더는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수만 명의 미군이 주둔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문제는 정부가 ‘한미공조’는 이완되고 ‘민족공조’는 강화되는 안보상황에 대한 우려를 ‘냉전 수구꼴통’ 논리로 몰아붙이며 외면해 왔다는 점이다. 심지어 정부는 올해 초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책으로 ‘개념계획 5029’를 보완 발전시키려는 한미연합사의 검토를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중단시켰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도 ‘안보위기’의 근원이다. 안보는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이다. ‘희망적 구상’만으로는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