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 협상 비준, 더 머뭇거리지 말라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3분


쌀 협상안의 국회 처리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당리당략 때문에 지연되면서 국익 손실과 농민 피해가 커지고 있다. 23일 처리로 가닥이 잡힌 쌀 협상안 국회 비준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 비준이 더 지연되면 내년부터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이런 상황을 초래하면 국가적 손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기본적으로 예외 없는 관세화, 즉 개방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번 쌀 협상안은 예외적으로 향후 10년간 개방을 유예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쌀 농가 보호의 대가로 올해부터 일정량의 외국쌀을 수입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쌀을 수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최소 70∼127일이어서 쌀 협상안은 9월에 처리됐어야 했다.

그러나 민노당의 반대로 비준이 지연돼 외국쌀의 연내수입 및 시판이 불가능해졌다. 여야 합의대로 16일 국회에서 처리되면 연내 계약을 끝낸 뒤 쌀 수출국들의 양해를 구한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비준안 처리를 늦추자’는 민노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이미 우리나라는 비준처리 지연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올해 수입물량이 내년에 한꺼번에 들어와 쌀값 하락 등 농민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 중국 등 쌀 수출국들로부터 약속이행 압박을 받아 세계 무역대국으로서의 신뢰도가 추락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은 물론이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됐다.

농민들은 어제 여의도 국회 앞에서 협상안 비준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지난 10년간 농업 분야에 수십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농가 부채만 늘린 농정실패 탓이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농민 불만을 등에 업고 쌀 협상안에 반대하는 것은 반(反)국익적 포퓰리즘 정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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