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는 그제 국회에서 “참여정부는 약간 라이트(right)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지키자는 요소’가 더 많은 중도우파”라고 주장했다. 그 일주일 전 그는 “뉴라이트로 가면 갈등이 심해지고 역사적으로 퇴보한다”며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뉴라이트 운동을 비판했다. 뉴라이트 운동을 공격할 때는 참여정부를 ‘개혁하자는 레프트’로 분류했다가, 스스로 ‘좌파 정권’임을 고백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르자 불안해진 것인가.
좌파 정권으로 규정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좌파적 경제 정책, 좌파적 대북(對北) 자세, 좌파적 역사 해석 등에서 벗어나는 행동에 나설 일이다. 말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은 그제 한 토론회에서 “미국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남한의 국가보안법 문제는 소홀히 하면서 북한 인권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백번 양보해서 그의 주장대로 미국이 그런 의도를 갖고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북한 정권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주민들의 참상을 외면하는 자신은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인가. 언젠가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주민들이 정 의원 같은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것 같은지 상상해 볼 일이다.
국보법에 의한 인권 침해의 가능성과 북한 주민이 겪고 있는 노예 같은 삶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발상이 놀랍다 못해 해괴하기까지 하다. 북의 주민들이 남의 국보법 피해자들을 보면서 “당신들은 참으로 불행하고 우리는 행복하다”고 할 것 같은가. 정 의원의 이념적 지향점이 어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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