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작금의 한미관계는 외교적 수사(修辭) 뒤의 ‘갈등관계’를 짚어 봐야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동맹의 공고함과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이라는 원론만 확인한 회담은 오히려 한미동맹의 벌어진 틈새를 봉합하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두 정상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여건 개선 방안들을 계속 모색한다”고 합의했지만 노 대통령은 “남북 간에 이뤄낼 중요한 많은 문제가 있어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노예해방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연방통합을 우선순위에 두고 점진적으로 노예해방정책을 추진했다”는 말까지 했다. 정상외교에서는 실례라고 할 수 있는 ‘강의’까지 하면서 이견(異見)을 확인시킨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양국 간에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탄약 등 전시예비물자(WRSA)프로그램 폐기 문제, ‘작전계획 5029’ 강화 문제 등 곳곳에서 입장 차이가 불거지고 있다. 노 정권의 ‘자주’와 ‘민족공조’ 노선이 한미 간의 틈새를 키움에 따라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됐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몫으로 쌓여 가고 있다.
정상회담은 이처럼 불협화음이 있는 현안들이 서로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큰 틀의 합의를 모색하는 자리다. 이번 회담이 그런 기회가 됐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한미동맹 이상 없다’는 두 정상의 이구동성(異口同聲)에도 불구하고 ‘동맹·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협의체’라는 장관급 협의채널을 새롭게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 오히려 많은 이견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닌가. 한미동맹을 제대로 복원(復元)하기 위해서는 두 정상의 웃음에 가려진 냉엄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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