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고진공(高眞空), 무중력, 복사환경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우주환경을 이용하는 한편 달과 화성 등을 탐사하며 우주여행을 실행하는 중계기지로서 우주정거장을 세웠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궤도상에서 지속적으로 머물고 우주인이 거주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미국 단독으로 엄청난 예산을 감당하면서 건설하는 것은 무리였다. 1992년 미국은 유럽 11개국, 일본, 캐나다, 브라질 그리고 오랜 기간 우주정거장 ‘미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러시아 등 15개국을 끌어들여 본격적인 국제우주정거장 계획을 입안했다. 전체 무게가 약 450t이나 되는 각종 모듈과 자재 운송을 위해 35차례 이상의 우주비행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우주왕복선이 17회의 우주비행을 했다. 조립을 완전히 끝내기까지 아직 18회의 추가 비행이 남아 있는 것이다.
건설 후 20여 년간 사용될 국제우주정거장에는 평균 7명의 우주인이 장기 체류하면서 우주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 및 관측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상태에서 강도는 높으면서 무게는 엄청나게 가벼운 신물질을 만든다든지, 효능이 높은 고순도의 의약품을 제조하는 것이다. 우주탐사선이 머물다 갈 임시정거장으로서, 그리고 추진연료 충전을 위한 정거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인류에게 지구의 한계를 벗어나는 발판을 제공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우주정거장 건설과 운영에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는 게 아니다. 우주정거장에서 장기간 머무는 생활은 단기간의 우주비행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일단 가동 시에는 효율성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1984년 우주정거장을 계획할 때 예상한 건설비용이 약 80억 달러였으나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 및 운용비용이 10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배 이상 늘어난 엄청난 비용이다. 더욱이 이 비용의 3분의 2 이상을 미국이 지출해야 할 판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은 미국 시민의 세금만 잡아먹는 ‘우주 블랙홀’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안전성 문제도 있다. 우주정거장 건설은 불안한 궤도 변경, 아슬아슬한 우주유영 등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정거장 건설은 지구 궤도 위에서 안전망 없이 고공 줄타기를 하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 완료 목표가 2004년에서 2010년으로 변경됐으나 2003년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및 올해 7월 디스커버리호의 발사 때 발생한 단열타일 이탈 문제 등으로 이것도 지켜질지 불투명하다. 이제 남은 3기의 우주왕복선도 노후해 2010년이면 은퇴할 예정이다. 유럽과 일본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궤도비행선을 개발 중이지만 일정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계속 건설이 지연되면 모듈의 수명 한계 때문에 우주정거장의 전체적인 수명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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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지만 우주 선점이라는 매혹적인 특권을 미국이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주정거장 건설은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한 도약대로서 꼭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사업에 아직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기계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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