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국정원의 도청정보가 실제로 세무조사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른바 ‘적대(敵對) 언론’을 압박하기 위해 국세청을 동원한 것도 모자라 도청정보까지 활용했다면 정권의 도덕성은 물론 세무조사의 부당성 논란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언론사라고 해서 세무조사의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통상적인 조사가 아니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비판 언론을 손보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기획한 조사라는 정황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DJ는 그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얘기했고, 국세청은 기다렸다는 듯이 세무조사 카드를 빼들었다. 단일 업종 세무조사로는 가장 많은 연인원 400여 명을 투입했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정원도 도청이란 불법 수단으로 사실상 세무조사를 지원했다는 게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다. 언론사 세무조사는 당시 DJ의 최대 관심 사안이었고,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도청정보를 국세청에 알려준 것은 물론 청와대에까지 보고했을 개연성이 높다.
사정이 이런데도 DJ는 “(검찰이) 사실이 아닌 것을 억지로 만든 것”이라며 도청 수사결과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전직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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