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日 사이에서 ‘샌드위치’ 되는 한국경제

  • 입력 2005년 11월 21일 03시 03분


일본의 히타치, 도시바 등 5개 반도체회사가 차세대 반도체 공동생산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들은 공동출자회사를 만들어 2007년부터 최첨단시스템 대규모 집적회로(LSI)를 생산하기로 했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타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중국 하이얼사는 올여름 한국 시장에서 저가(低價) 에어컨 대박을 터뜨린 데 힘입어 내년에 냉장고, TV, 컴퓨터,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을 본격 판매하기로 했다. 파격적인 저가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일본은 첨단기술로, 중국은 싼 가격으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경쟁시대에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이겨 낼 방법은 없다. 중국 제품은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경쟁력을 높여 가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반도체 등 첨단제품에서 노골적으로 ‘한국 타도’를 외치고 있다. 한국에 부품 공급을 제한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국내 업체들도 중국과 일본의 공세에 맞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까지 국내외 반도체 생산라인 24개와 연구라인 6개를 갖춘 세계 최대 반도체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연구원 인력도 32% 늘릴 계획이다. LG전자도 세계 1등 제품을 늘려 글로벌기업이 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나라의 투자환경이 좋아야 개별 기업의 경쟁력도 향상된다. 지금처럼 정부와 시민단체가 각종 규제와 간섭으로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아서는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연평균 0.3%에 머무르고 있는 사이 중국은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일본도 최근 들어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그제 폐막된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과 기업인들은 투자유치에 온 힘을 쏟았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투자 증대가 필수적임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우선 각종 투자규제부터 과감히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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