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많은 전자파가 있는데 이들이 전자제품 속에 있는 전선에 들어오면 오동작을 유발한다. 비행기에서 전자제품의 사용을 억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래서 전자제품의 케이스에는 불필요한 전자파가 못 들오게 막는 전자파 차폐 기능이 요구된다.
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전자가 많아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를 쓰면 된다. 도체의 자유전자가 전자파를 막는 것.
철판이나 알루미늄판 같은 금속판이 바로 이런 도체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값이 비싸고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반면 플라스틱은 가볍고 여러 모양으로 성형하기 쉬울 뿐 아니라 가격도 매우 싸다. 하지만 보통 플라스틱은 도체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플라스틱에 전기가 통하는 흑연가루를 섞어 만드는 방법이다. 플라스틱의 장점을 살리고 흑연으로 전자파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흑연이 검은색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케이스 역시 검은색을 띨 수밖에 없다.
요즘 주변에 많이 보이는 은색 금색 전자제품은 전자파 차폐를 위해 케이스 안쪽에 전기가 통할 수 있는 전도성 페인트를 발랐다. 하지만 페인트와 공정 비용 문제로 인해 사용이 제한적이다.
일부 휴대전화에는 진주가 들어간 우윳빛 케이스가 쓰인다. 이 케이스는 은단처럼 플라스틱 구슬에 은을 얇게 입힌 것으로 은이 도체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휴대전화 외에는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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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재료를 사용할지는 기능을 우선 따지지만 가격과 무게도 고려해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색상은 물론 재질감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 모두를 만족시킬 재료를 개발하기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홍국선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kshongss@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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