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도 분할은 분명 특정 정파가 선거에서 특정 지역에서의 몰표를 기대하고 내세운 지극히 단기적 인기 영합적 정책의 결과였다. 대통령 스스로도 수도 이전 공약으로 선거에서 “재미 좀 보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선거에서 재미 보기 위하여 시작된 공약이었다. 말이 지역 균형 개발이지 사실은 이 세상에 수도 이전이나 수도를 분할하여 균형 개발하는 나라는 없다. 행정 부처를 갈라놓고 170여 개의 정부 산하기관을 획일적 일률적으로 지방에 나누어 주는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에도 없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인 수도 분할이 이제는 고삐 풀린 말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적 고통과 국가적 불행의 시작에 불과하다.
첫째, 헌재의 합헌 결정은 정책의 형식적 법률적 합법성에 대한 판단이지 정책 내용의 정당성 타당성 합리성에 관한 판단이 아니다. 비록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정책이라도 그 내용이 잘못되어 나라를 망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번의 수도분할정책이 될 것이다. 합헌 결정이 이로 인해 발생하는 행정의 비효율, 경제적 낭비, 국민적 혼란, 국가경쟁력의 하락 등 ‘국가 경영의 내출혈’을 막지는 못한다.
둘째, 수도 분할 정책은 엄청난 행정의 비효율과 경제적 낭비 때문에 결국은 전면적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국가 발전의 원리에 맞지 않고 우리 경제가 그러한 낭비와 부담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25년이 걸리는 사업인데 도중에 남북관계의 변화가 오고 ‘통일 수도’를 논하게 되면 결국은 계획 변경이나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때는 온갖 이유를 들어 변경을 합리화하면서 지역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하여 엄청난 혈세를 추가로 퍼 부을 것이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45조 원 이외에 앞으로 얼마나 더 들지 모른다.
셋째, 수도 분할 정책은 이를 추진한 세력에는 대단히 큰 불행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들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국가적 낭비를 초래하고, 국가 발전을 후진시킨 세력으로서 역사적 책임의 멍에를 벗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오로지 눈앞의 득표만을 생각하여 망국적 정책을 추진한 세력으로, 국정 혼란과 국정 파행의 주역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단기적 정파적 이익을 위하여 장기적 국가 전체의 이익을 헌신짝처럼 던져 버리는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한 나라의 선진화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이다. 부분이익을 앞세워 전체이익을 희생시키면서 잘된 결과라고 환호작약하는 사회에서 과연 21세기 선진국가가 탄생할 수 있을까. 국가 경영을 해 본 전문가들, 국가 경영을 연구하는 식자들이 잘못된 국가정책에 동조하고 침묵하는 사회가 과연 문명사회이고 지식사회라 할 수 있는가.
앞으로 50년 앞에 서서 오늘을 뒤돌아보면 우리나라는 분명 큰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일 것이다. 유사민주화의 광풍을 극복하고 일류 국가로의 도약인가, 아니면 포퓰리즘의 덫에 걸려 영원한 삼류 국가로의 전락인가.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법경제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