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지도자들이 ‘제대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며 허전함을 느낄 때 기민하게 몇 마디 말로 나르시시즘을 충족시키고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부하가 있다면 누군들 싫어하겠는가. 그것은 순수한 칭찬일 수도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아첨이 된다.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교수 시절에 낸 저서 ‘한국은 시민혁명중’에서 “공정한 논평가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이 많지 않아 논평가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청와대에 가서는 홍보수석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
▷조 수석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는데 국민이 못 따라 간다”는 요지로 말한 바 있다. 이번에는 임대아파트 부도로 집을 날릴 위기에서 대통령 특별지시로 집을 구하게 된 청주의 할머니를 만난 뒤 청와대 브리핑에 관련기사를 올렸다. 아이디어는 괜찮았지만 “서민을 향한 대통령의 애정은 멈출 줄 모른다”는 대목은 삶이 더 고달파진 서민에게 흔쾌히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조 수석이 좀 유난스러워 일부 여당 사람조차 “저 사람이 대통령과 당의 인기를 더 떨어뜨리고 있다”며 뒤에서 손가락질한다. 대통령 주변에는 조 수석과 닮은 사람이 적지 않다.
▷동서고금의 권력자치고 아첨을 싫어한 사람은 없다. 아첨은 힘이 있다. 진실이든 아니든, 권력자에게 잘 먹힌다. 아첨형 인간을 묘사하는 영어 단어에 ‘kiss-up, kick-down’이라는 게 있다. 위로는 대통령의 나르시시즘을 채워 주는 키스를 연방 하면서 아래로는 ‘적’들을 발길질하기에 바쁜 사람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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