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1년 4년제 대학을 졸업한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졸자 취업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원 졸업자의 한 달 평균 임금이 대학 졸업자보다 약 22만 원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취업률도 석사학위 소지자가 학부 졸업생보다 2배가량 높은 11.3%였고, 미취업률 또한 학부 졸업생의 12.2%보다 높은 16.8%로 나타났다. 반면 수도권 대학 출신으로 성적이 B학점 이상, 토익 점수 800점 이상에 남성 공학도의 경우는 취업시장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이 보고서는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이후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화된 결과 대학원 졸업자의 하향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심증을 확인시켜 준 동시에 학력 과잉으로 인한 ‘고비용 저효율’의 폐단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학력 과잉 폐단에 대한 우려는 일찍이 예견되어 왔다. 우리에 앞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청년 실업률이 이미 20% 수준을 넘어섰고, ‘고용 없는 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노동시장 진입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단, 우리의 경우는 대학 및 대학원 진학률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특별한 패턴을 보임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전형적인 ‘미스 매치(miss match)’ 현상의 심화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곧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겐 눈높이에 맞는 마땅한 직장이 없고, 사람을 찾는 쪽에서는 과잉자격자밖에 없어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나타나는 역설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실업사회로 진입하면서 교육투자야말로 가장 확실한 경쟁력 확보 수단이라고 여기는 ‘학력 및 학벌 신화(神話)’가 강화됨으로써 경기 불황으로 인해 취업 가능성이 희박해질수록 대학원 진학률이 증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이른바 ‘학벌 세탁’을 위해 편입학 및 대학원에 매달리기도 한다. 결국 교육 투자의 효율성은 감소되고 학력 과잉의 폐단은 심화되는 악순환이 야기된 셈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대학원 교육 무용론’으로 비약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대학원 교육은 학문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길이자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유연한 적응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재교육의 장으로서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관건은 대학원이 지금처럼 실업을 유보하기 위한 일시적 도피처가 되지 않도록, 나아가 불필요한 고급 인력의 양산 기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학 차원의 직업 교육 트래킹을 좀 더 다원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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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못 가면 결혼조차 힘든 상황에서 고등학교 실업 교육 강화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바, 이에 주력하기보다는 노동시장의 수요 공급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 및 체계적 전망을 토대로 대학과 기업의 연계 아래 인문 사회계 및 이공 자연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과잉 교육의 비효율성에 대한 폐단이 현실화된 만큼 학력 및 학벌 신화에 연연하기보다 인적 자본의 실질적 가치에 높은 신뢰를 부여해 주는 인재 충원 방식의 획기적인 변화도 기대해 본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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