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C의 ‘黃우석 보도’ 사과 이후

  • 입력 2005년 12월 5일 03시 00분


MBC가 PD수첩 취재팀의 취재 윤리 위반 사실을 고백했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MBC는 어제 ‘뉴스데스크’를 통해 “취재 방법이 올바르지 않았다면 그 취재의 결과물 또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공식 사과했다.

PD수첩팀은 취재 과정에서 공갈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 취재팀과 만났던 김선종 연구원은 어제 방송된 YTN과의 인터뷰에서 “셀(줄기세포)라인이 가짜로 판명됐고 황 교수는 구속될 것”이라며 “솔직하게 말해 주면 연구원의 진로에 대해 솔루션(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강압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언행을 한 것은 언론인으로서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MBC가 ‘올바르지 못한 취재 방법’을 쓴 것은 단지 취재 윤리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 ‘PD수첩’의 무책임한 보도로 초래된 황 교수팀의 이미지 손상은 곧 국가의 손실이다. MBC는 ‘PD수첩’ 후속 방영 계획을 취소해야 마땅하다.

‘PD수첩’이 난자 제공과 관련된 윤리 의혹을 제기한 것은 언론의 사회적 역할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제작진이 취재원들에게 공갈 협박을 한 것은 공갈사기범죄나 다름없다. 방송사가 기본적인 취재 원칙을 어기고 비윤리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사실’을 짜깁기하려 한 점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기 힘들다. 선정적 ‘PD저널리즘’과 방송의 ‘권력의식’에 빠져 황 교수팀의 윤리 문제를 제기한 MBC가 쏟아지는 비난을 막기 위해 사운(社運)을 걸고 무리한 결론으로 몰고 가려던 것이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는 세계 과학계가 인정한 성취다. ‘사이언스지’는 황 교수의 연구 성과에 의문을 제기할 증거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만약 황 교수팀 연구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과학계가 검증할 일이다. 언론의 정도에서 벗어난 MBC는 황 교수팀의 연구에 의문을 제기할 자격을 잃었다. 이제는 황 교수팀이 더 의미 있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과학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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