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형자는 10월 13일 보낸 편지에서 “감옥생활을 시작할 때 선배들이 징역에는 ‘여름과 겨울뿐’이라고 되뇌던 것을 실감한다”면서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는 탓인지 어깨가 시리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답장에서 “이제 겨울이 됐으니 난방이 되겠지요” 했더니 “경망스러운 말을 해서 심려를 끼쳤다”면서 “감옥은 당연히 추워야 하고 형사정책 차원에서도 수형자에 대한 처우는 빈곤층 수준과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할 것”이라며 자신이 수감된 ○○교도소는 주 1회 온수 목욕도 시행하고 급식도 군대 시절과 별 차이가 없어 처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방 바닥은 목재로 되어 있으며 난방 설비는 없습니다. 동절기 실내 온도는 2∼5도이지만 대체로 잘 적응합니다. 혼자 눕기에 안성맞춤인 감방을 ‘속죄의 널’로 생각하고 참회하는 미라로 있다가 형기종료일 새로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습니다”고 했다.
나의 ‘논어’ 책 2권을 읽고 싶으니 보내 달라고 요청한 다른 수형자는 그곳에도 ‘소위 도서관이라는 창고’가 있기는 한데 접근조차 까다롭고 장서라야 무협지나 조잡한 만화, 여고생의 체험수기, 값 비싼 속옷 광고 따위로 도배된 패션 잡지뿐이고 ‘교정 교화를 위한 TV 프로그램은 3류 비디오용 폭력물이나 시끄러운 암수 짝짓기 오락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며 ‘TV 프로그램의 30%는 교정 교화에 역행하는 공해일 따름’이라면서 ‘혹 이사할 때 가져가기도 뭐하고 버리기도 애매한 책이 있으면’ 보내 달라고, 책을 너무 많이 읽어 소화불량에 걸려 보았으면 원이 없겠다고 했다.
성서를 필사 중이라는 이 수형자는 장기수의 고역 중 하나인 전방(轉房·신창원 탈주사건 이후 생긴 6개월마다의 방 이동)을 했는데 잠자리가 안정될 만하면 이동해 신참생활을 해야 하며, 소위 사내들의 서열싸움인 ‘치수재기’가 시작돼 생활 리듬이 깨지고, 해야 할 것을 못한다고 했다.
감옥의 일차적 목표가 징벌인지 교화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교화가 중요한 목표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범법자의 교화는 문명국가의 인도적 의무이고, 사회 질서와 시민 안전을 재범(再犯)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2∼5도라면 냉장고 온도인데, 사람을 냉장고 속에 가두어 두는 것은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이다. 수형자를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으면서 어찌 그들의 인간성 회복을 바랄 수 있겠는가.
모든 교도소에 난방시설을 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 것이다. 그러나 국민 과반수가 반대하기 때문에 감히 국민투표에 부쳐 보지도 못하고, ‘성공’한다 하더라도 국가운영에 엄청난 비효율을 감수해야 하는 수도분할을 강행하는 데 수백조 원이 든다고 한다. 이 비용의 1000분의 1이면 모든 교도소에 난방시설을 할 수 있고 극빈자들에게도 난방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내년에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묻지 마 예산’도 7900억 원이라고 하고, 죽은 자의 해원(解寃)을 위해 산 국민을 분열 반목하게 만드는 ‘과거사 청산’에도 900억 원을 쓴다고 한다. 이 돈이면 모든 교도소에 제대로 된 도서실을 설치해 산 사람을 순화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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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은 ‘겨울 밤 단 한 명의 거지가 떨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겐 행복한 밤잠의 권리는 없다’고 했다. 존 브래드퍼드라는 16세기 영국인은 교수형을 받으러 가는 죄수들을 보고 “신의 은총이 없었더라면 내가 지금 저기 가고 있을 것이다(There, but for the grace of God, go I)”라고 했다. 이 겨울, 정부는 재소자들의 언 몸을 녹여 주고 국민은 교도소에 책을 보내 마음을 열어 주자.
서지문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영문학 jimoo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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